[MZ 스마트경제] 월급 만족 못해…‘요노’로 절약하고 코인·주식으로 돈 불린다

서울 CU 한 매장에서 고객이 궁중식 소불고기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와 불안정한 소비 흐름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행복에 집중했던 ‘욜로(You Only Live Once)’에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는 ‘요노(You Only Need One)’로 추세가 바뀌었다. 투자 트렌드도 달라져 과거 소수에 불과했던 젊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저소비를 추구하며 아낀 돈으로 투자해 돈을 불리는 트렌드로 변모한 것이다.

 

◆아끼고 또 아낍니다

 

3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소비 관련 설문조사에서 Z세대 10명 중 7명(71.7%)이 ‘요노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요노를 지향하는 이유로 형편에 맞는 소비가 바람직하다(45.2%, 복수응답)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출에 비해 소득이 부족한 상황이라서(33.2%) ▲노후·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31.2%) ▲금리·물가 인상 등으로 지출이 대폭 늘어서(28.1%) ▲등록금·여행 등을 위한 목돈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26.5%) 등으로 나타났다. 요노를 추구하며 소비를 가장 줄이는 항목으로는 식비(36.9%), 의류·신발·미용 등 품위유지비(32.2%), 문화·여가비(17.1%), 교통·통신비(5.7%), 주거비(3.1%) 순이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 홍모(27)씨는 “이제 막 취업을 해서 돈을 모으고 있다 보니, 요즘 점심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해결하고 있다”며 “5000원대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부담이 없고, 간편하기 때문에 시간 절약도 할 수 있다. 또 요즘은 도시락 종류도 다양하고 많아서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절약 챌린지도 유행이다. 토스는 만 19세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지출 챌린지’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에 포함된 카드 사용 내역을 기반으로 지출 내역이 없다면 다음 날 일정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뱅크샐러드는 지출 의리게임 ‘샐러드게임’을 운영하고 있다. 5명의 팀원이 25만원 예산을 시작으로 매일 ‘커피 안 마시기’, ‘배달·택시 이용 안 하기’ 등 마이데이터에 연동된 각종 미션을 통해 최대 54만원까지 늘릴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절약을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소비를 줄이도록 채찍질하는 ‘거지방’이 유행하기도 했다.

 

◆허리띠 졸라맸으니 불려야지

 

이렇게 돈을 아끼고 모은 MZ세대들은 자산 증식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단기 적금 상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예금 은행의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90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전북은행은 6개월간 연 최고 3.55% 금리를 제공하는 ‘6개월 실세금리 특판 예금’을 출시했는데, 보름도 지나지 않아 할당액의 90% 가량이 나가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with 메가박스’는 출시 일주일 만에 50만좌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금융권에선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주식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대와 30대 투자자는 각각 6.2%, 17.5%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11%, 19.4%를 기록했다. 4년 만에 각각 4.8%포인트, 1.9%포인트 늘었다. 투자도 똑똑하게 한다. 절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2030대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ISA는 예금 이자와 주식 배당소득, 국내 상장주식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20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9.9% 저율의 분리과세가 되는 세제형 계좌다.

 

또 온라인 경험이 풍부한 MZ세대는 가상자산 투자에도 친숙하다. 지난해 10월 국세청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실에 제출했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거주자 619명이 국세청에 신고한 해외 가상자산 규모는 8조1362억원이다. 그 중 30대가 5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이하가 1조3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보유한 해외 가상자산 규모가 전체의 88.49%에 달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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