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 폭탄 현실화... 8월 주택 전기료, 평균 13% 오른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전 협력업체에서 관계자가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 발송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기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 이상기후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8월 주택 전기요금이 평균 13% 올라 고지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8월 주택용 전기의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363kWh(킬로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른 8월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은 6만3610원으로 지난해보다 13%(7520원) 오른다.

 

이는 8월 말까지 집계된 검침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최종적인 8월 전기 사용량과 전기요금은 9월 말에 확정된다.

 

전체 가구 중 76%에 달하는 1922만 가구가 지난해 8월보다 전기요금이 증가했다. 해당 가구들은 평균 1만7000원의 전기요금을 지난해보다 더 내야 한다.

 

이중 38만 가구(1%)는 전기요금이 10만원 이상 늘었고, 5만~10만원이 증가한 가구도 75만 가구(3%)에 달했다. 113만 가구가 지난해보다 5만원 이상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기요금이 3만~5만원 증가한 가구는 126만 가구(5%)였고, 3만원 이하 증가한 가구도 1683만 가구(67%)로 조사됐다.

 

전기요금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줄어든 가구도 있었다. 31만 가구(1%)는 전년 동월 수준의 요금을 유지했으나, 569만 가구(23%)는 요금이 줄었다.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건 한 달 내내 이어진 폭염으로 냉방용 전기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폭염일수는 16일로, 2016년 16.6일에 이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또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전은 “전반적으로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늘었지만 오히려 전기요금이 준 가구도 23%를 차지했다면서 냉방 수요 증가에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전기 절약으로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적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전에 따르면 아직 국내 전기요금 수준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8월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의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전기 판매로 거둔 수익은 증가했지만, 한전의 재무 악화 해소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높아진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인해 한전의 이익은 크지 않아서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도매가격이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경영 수지에 도움이 안 되는 게 7~9월에 SMP가 상당히 높았다"며 "140원 중반에서 8월 달에는 150원 초반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도매 가격이 굉장히 높아 전력 판매 가격이 높긴 하지만 흑자 등 도움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2분기 말 기준 41조원이다. 이에 부채 역시 총 202조원(1분기 말 기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전기 요금 제도를 손질을 고려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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