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도체 관련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양팽 한국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과 한국 반도체산업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도메스틱(지역) 반도체 공급망으로 변화했을 때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어떠한 위기상황에서 대처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지금처럼 각 지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상황이라면, 자원부족이라든지 공급망에 랙이 걸릴 수 있다"면서 "이러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소부장 기업들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부장 기업 육성을 위해 자국 소부장 기업 제품 구입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이날 패널토론에서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애플, 엔비디아 출신의 창업자가 있는데, 이들 기업의 퍼포먼스(성과)가 좋아도 (제품을) 써주는 기업이 없다"면서 "소부장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면 소부장 기업들은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여러 과제 중 인력 육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협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종합예술과 같아서 파운드리만 키운다거나 인력 몇 명만 키운다고 되는 산업이 아니다"면서 "5년이나 10년 정도 롱텀(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의 커리큘럼이 아닌 현장의 커리큘럼으로 인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파운드리에 대규모로 투자되는 금액의 1000분의 1정도만 꾸준히 투자하면 한국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인력이 충분히 채워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력 조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기창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는 대만의 사례를 들며 "대만 경제부 산업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반도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인력을 소프트웨어, 수학, 물리, 전기전자 등으로 세분화해 분류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 전공자가 몇 명인지 수치화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탁승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연구지원본부장도 "기업의 수출입통계는 비교적 잘 잡히는 반면, 반도체 인력 양성 과정에서 정확한 통계가 부재하다"면서 "체계적 인력 양성 게획을 세우려면 통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경기도의 김동연 지사는 토론회에 앞서 열린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 축사에서 "한국이 어떤 산업 정책을 가지고 어떻게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강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면서 "경기도는 'K반도체' 중심으로 메가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만전 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지사는 이어 "반도체 공급망 확대 및 조성, 기술개발 지원, 인력양상에 이르기까지 경기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은 '적시 지원', '전폭 지원', '계속 지원'이라는 3대 지원 원칙을 바탕으로 튼튼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라면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경기도와 적극 협력하겠다. 특히 기업들의 노력을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