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인 업비트가 2019년 이더리움 약 580억원 규모를 도난 당한 사건이 북한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19년 11월 업비트가 보관 중인 이더리움 34만2000개가 탈취 당한 사건을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안다리엘의 소행으로 조사됐다고 21일 밝혔다.
당시 이더리움의 시세는 약 580억원으로, 현 시세로는 1조47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6년 전 이더리움 탈취 사건을 수사한 이후 확보한 북한의 IP 주소와 가상자산의 흐름, 북한 어휘 사용 내용, 미국 연방수사국(FBI)과의 공조로 취득한 자료 등을 종합해 2022년 11월 북한 소행으로 특정했다.
당시 북한 공격자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이더리움 34만개를 익명계좌로 빼돌렸다. 이후 탈취한 가상자산 57%를 가상자산 교환사이트 3개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2.5% 할인해 비트코인으로 변경했다.
나머지 43%는 중국, 미국, 홍콩 등 13개 국가의 51개 거래소로 분산 전송된 이후 세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는 추적은 어렵지만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피해 가상자산 중 일부가 비트코인으로 바뀌어 스위스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된 사실을 확인하고, 스위스 검찰에 이를 전달했다. 4년 가까이 양국 간 형사사법공조를 벌인 끝에 스위스 거래소로부터 지난달 4.8비트코인(현재 약 6억원)을 환수해 업비트에 지급했다. 다만 추가 피해금액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비협조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공격 수법을 국정원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군 및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 공유해 향후 유사 범행을 탐지하거나 피해를 예방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