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 최고의 미덕”…설 선물세트 거품 뺀다

경기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가성비 설 선물세트를 다채롭게 기획했다. 홈플러스 모델이 설 선물세트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올해 설에도 선물세트 가격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가성비 세트를 보다 다양하게 기획한 반면, 백화점은 희소성을 더한 수백만원대 초고가 상품으로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낮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비교하면 금융시장 지표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는 과거보다 더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대형마트는 지난달 12일 일제히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 부담이 적은 10만원 이하 상품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등 3사 모두 ‘실속’을 키워드로 잡았다. 3사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사전예약 판매에서 구매 금액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가성비 세트 품목을 확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롯데마트가 이달 2일까지 사전예약 매출을 분석한 결과, 견과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설 사전예약 기간과 비교해 25%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3만원 이하 상품이 성장을 견인했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과 가성비를 찾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설 사전예약 대비 견과 선물세트 품목 수를 50% 늘리고, 물량 역시 30% 확대했다.

 

 이마트는 명절 선물세트 매출 비중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신선 선물세트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인기 품목인 한우는 사전예약 판매가를 지난해 설과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동결했다. 10만원 미만 가성비 한우 세트는 확대했다. 사과는 지난해 설보다 가격을 10% 낮추고 물량은 15~20% 늘렸다. 샤인머스캣은 30% 더 저렴하게 내놨다. 곶감은 역대 최저가인 2만원대 세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수산에서도 10만원 미만의 갈치, 고등어 선물세트를 신규 기획했다.

 

 홈플러스는 2만~6만원대 중·저가 선물세트 상품 수를 전년 대비 약 10% 확대했다. 중·고가인 6~9만원대 세트는 24% 늘렸다. 명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수요가 높은 참굴비, 토종김, 표고, 견과 등은 가격을 동결했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도 이번 설에는 가성비 품목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인 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품목을 선보인다. GS25의 ‘푸른 뱀 금메달’, 흑백요리사 속 화제의 상품을 모은 CU의 ‘맛폴리 기획세트’, 세븐일레븐의 ‘실버바’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설 선물세트로 선보이는 페트뤼스 와인은 수천만원대 명품 와인이다. 신세계 제공

 반면 백화점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획 단계부터 프리미엄 선물 수요를 겨냥해 희소 가치를 갖춘 초고가 상품을 단독으로 선보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가 주류가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끄는 점을 고려해 역사와 전통이 깃든 전 세계의 명주(名酒)를 준비했다. 대표적으로 명품 와인 ‘페트뤼스 1999 매그넘’과 ‘르 팽2005’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경기도무형문화재 13호 강환구 선생이 빚은 남한산성소주를 장인의 공예품에 담아낸 ‘더 마스터 컬렉션’도 신세계백화점에서만 만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특별한 스토리와 가치를 담은 ‘헤리티지 프리미엄’ 상품을 준비했다. 기순도 명인의 전통 장에 조셉 리저우드 셰프의 레시피를 곁들인 ‘기순도X조셉 헤리티지 기프트’, 롯데백화점이 ‘신의 물방울’ 작가 아기 타다시 등과 함께 블라인드 심사로 엄선한 와인 세트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이 선보인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 세트’와 ‘현대명품 한우 프리미엄 세트’는 수백만원이다. 가치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인정받은 농가에서 키운 친환경 한우 세트와 이색 신품종 청과 세트도 준비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명절 선물세트 가격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프리미엄 선물세트는 더욱 하이엔드로 발전하고, 가성비 선물은 저성장·소비침체 상황에 맞춰 더욱 저렴하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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