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주춤했던 인수·합병(M&A) 시장이 올해는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금융권의 경우 노조의 반대, 금융당국의 검사 등으로 인수 절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기업의 사업 효율화와 신사업 육성을 위한 M&A가 시급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고도화된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M&A 거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M&A 거래 규모는 약 1조3200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대형 거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지연과 지정학적 불안,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완전한 회복으로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등으로 M&A 거래가 확대될 전망이다. 서유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올해엔 지난해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및 유로존의 추가 금리 인하에 따라 부채를 통한 인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M&A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융권의 M&A 시장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발표한 우리금융은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결과 발표가 다음 달로 연기되면서 5개월째 답보 상태다. 우리금융이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금감원이 발표할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은 M&A 시장 활성화에 따른 기업금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서 연구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M&A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글로벌 M&A 동향을 분석하고 리파이낸싱(차환) 등 인수금융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인수자로서의 M&A 참여도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M&A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 정부의 고도화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일본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상반기 M&A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일본 기업의 M&A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0% 증가한 2321건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활황을 나타냈다. 일본 기업 간 M&A는 사업 통합 및 비핵심 사업 매각 위주로 진행돼 건당 거래 규모가 작았지만,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거래 규모가 크게 나타나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회사법 개정 등이 M&A 활성화를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혜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구조개혁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M&A가 활성화됐고 주가순자산배율(PBR) 1 이상 우량 기업도 확대됐다”면서 “지난 2013년 도입된 산업경쟁력 강화법 개편을 통해 M&A 절차를 간소화돼 대기업의 중복 사업 통합을 유도하고 중견기업의 사업 재편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어 “한국도 최근 교역 환경 변화, 중국 기술 굴기로 인해 산업 구조개편과 신 성장전략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국내 기업 간 사업통합 및 해외 기업과의 M&A가 시급하다”면서 “한국도 일본과 같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