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의 인수합병(M&A)이 OK금융그룹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카드사 중에서는 롯데카드가 2년 만에 주요 매물로 이름을 올렸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OK금융은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기업 실사를 마쳤다. 실사 결과를 검토 후 인수 관련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상상인그룹은 2023년부터 계열 저축은행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지분 처분이 불가피하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불법대출을 이유로 상상인에 15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유준원 상상인 대표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을 내렸다. 과징금 처분으로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위배해 두 저축은행의 보유주식 처분 명령을 받았다.
OK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성사된다면 자산 기준 1위로 올라서며 업계 판도가 바뀌게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OK저축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3조7843억원, 상상인저축은행은 2조7554억원이다. 합병하게 되면 현재 자산 1위인 SBI저축은행(14조8211억원)을 앞서게 된다. 현재 OK 금융의 영업권은 서울, 광주·전남·전북·제주, 대전·충남·충북 등 3곳인데, 경기·인천 지역의 영업권도 가지게 된다.
관건은 매각가격이다. 2023년 10월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할 당시 상상인이 제시한 희망가는 25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업황 부진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OK금융은 이달 초 대부업체 2곳을 폐업하는 등 대부업에서 완전히 철수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OK금융 관계자는 “현재는 실사를 마치고 자료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엔 잠재매물이 쌓여 있으나 실제 M&A 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극히 일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가기준을 개정하며 M&A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매각 논의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등 저축은행의 M&A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M&A를 통해 자산규모가 확대된 저축은행에서의 부실 발생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활성화 방안은 내부통제에 관한 규제 강화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 중에서는 롯데카드가 2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초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했다. 2022년 6월 JP모건을 주관사로 매각 작업에 나선 지 2년 6개월 만이다. 저조한 실적과 매각가는 우려를 낳는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 1025억원으로 전체 카드사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발생한 일회성 처분 이익이 실적 급감에 영향을 줬다고 하지만 카드사 중 유일하게 손익이 급감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등 카드업계 불황으로 외부 인수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카드사를 계열사로 둔 주요 금융지주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유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전체 지분가치 기준으로 매긴 몸값은 최소 3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실제적인 논의가 이어지기 위해선 2조원대 안팎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