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엿보기] "호텔말고 모텔달라고"… 베이징 궈안 '꼬투리 잡기'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숙소와 경기장이 멀어서 선수들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것 같다. 걱정이다.”

또 말썽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한 중국 슈퍼리그 구단은 언제나 논란을 일으킨다. 이번에 숙소 문제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올 시즌 독주 체제를 펼치고 있는 전북현대는 오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베이징 궈안과의 ACL 16강 1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이를 하루 앞둔 18일 같은 장소에서 양 팀 감독과 주요 선수가 참석한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원정 팀인 베이징 궈안의 그레고리오 만사노(59) 감독과 골키퍼 허우 썬(26)이 우선 모습을 드러냈다. 전북전에 대한 각오와 계획에 대해 취재진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 베이징 방송 기자가 “숙소와 경기장이 멀다. 여기에 기자회견 시간이 오후 2시고 공식 훈련 시간이 오후 7시다. 문제가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만사노 감독은 “호텔과 경기장의 거리가 멀어서 선수들 체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허우 썬 역시 “공항에서 경기장까지 오는 길이 멀어 피곤하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빨리 돌아가 쉬고 싶다”고 비꼬았다.

그런데 이 기자는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멋쩍은 웃음을 지은 최 감독은 “원정 팀이 적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시간 안배를 하는 것은 맞다. 전주 시내에 완벽한 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이 없어, 베이징 궈안 이외에 전주로 오는 모든 ACL 출전 구단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이는 구단과 아시아축구연맹(AFC)가 적절하게 주변 환경에 대해서 상의를 하는 것이 맞다. 감독이 이를 두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현명하게 답했다.

양 팀 구단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우스꽝스러운 뒷이야기가 전해졌다. 사실 베이징 궈안이 묵는 숙소는 전주가 아닌 군산에 위치한 베스트웨스턴 호텔이다. 이 호텔은 A매치 평가전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경우 국가대표팀이 주로 사용하는 호텔이다. 이 호텔과 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는 45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직접 차로 운행할 경우 고속도로 바로 연결돼 있고,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전주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오면 바로 위치해 있어 35분 내외면 충분히 도착한다는 것. 베이징 궈안 구단은 숙소와 경기장의 45분 거리 때문에 컨디션과 체력을 운운한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에피소드가 더 있다. 베이징 궈안 구단 관계자는 사전 답사를 오면서 다른 호텔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전주에 위치한 한 호텔이다. 이 호텔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사실상 모텔로 운영하고 있다. 아침 식사부터 여러 가지로 선수단이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크다. 이 호텔과 경기장의 거리는 25분으로 짧아 보이지만, 전주 시내를 관통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35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러한 실정을 잘 알고 있는 전북 구단이 베이징 궈안에 수차례 설명했지만, 이를 두고 불평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또 한가지 비화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상 ACL 원정팀은 홈팀에서 잡아주는 호텔 이외의 숙소를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을 원정팀이 내야한다. 그러나 전북 구단은 베이징 쪽에 전주 시내에 시설을 완비한 호텔이 없다는 점에 양해를 구하며 베이징 구단이 원하는 숙소를 선택하면 전북 구단 측에서 모든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베이징 궈안을 위해서 전주 시내에 대형 호텔을 지을 수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배려했다. 그럼에도 베이징은 시내에 위치한 모텔을 잡아주지 않고, 외곽에 있는 호텔을 지정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힘든 원정경기를 앞두고 사전 신경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억지 불평에 현장 관계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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