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자살보험금 지급 판결에 생보사 '비상'

최소 2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지급할 수도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생명보험에서 자살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해 생명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결로 생보업계는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이상의 자살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유사한 사례에 놓이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한 계약자가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향후 동일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이 무효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약관은 책임 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이후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사망 또는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면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하는 보험에서 고의적 자살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의 해석을 둘러싼 하급심 판단의 혼선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자살보험금 지급여부는 생보업계의 지속된 논란러리였다. 이번 교보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 최종 판결이 내리기 전까지 법원의 판단도 엇갈렸다. 보험 약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교보생명 ‘무배당 교보베스트플랜CI’ 약관 제23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 조항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포함한다. 문제는 단서조항이었다. 여기에는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활계약의 경우에는 부활청약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쳤거나 고의로 자살한 경우더라도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짚었다. 교보생명이 생명보험 표준약관(2010년 1월 29일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부주의하게 사용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재해특약의 보험사고 범위를 자살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2심은 “보험자가 개별 보험상품에 대한 약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 사건 면책제한조항을 이 사건 재해 특약에도 그대로 둔 점을 이유로 재해 특약의 보험사고의 범위를 재해가 아닌 자살에까지 확장하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당초 이 사건 재해 특약의 체결시 기대하지 않은 이익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보험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및 재해사망특약 보유건수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 4월말 현재 생보업계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179억원(264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한화·교보생명은 859억원(1266건)을 차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만 2000억원 수준”이라며 “분쟁을 통해 추가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과 과거에 가입했으나 향후 자살을 할 경우 지급할 보험금까지 합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수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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