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3일부터 'KEB' 안 쓴다…"그룹 브랜드 일원화 등 고려"

"고객 인식·혼동 방지 등 고려한 결정"

하나은행 직원들이 3일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하나은행'으로의 브랜드명 변경을 기념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KEB하나은행이 3일부터 브랜드 명칭을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바꿔 쓴다. 실제 손님이 인식하는 명칭으로 변경해 불편함을 덜고 그룹 브랜드를 일원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노동조합 측은 외환은행의 약자인 'KEB(Kora Exchange bank)'를 떼내는 건 과거 합병 당시 합의를 깨버린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그간 내부 공청회, 브랜드 관련 컨설팅 및 손님 자문단 패널 등을 통해 브랜드명 변경을 검토해왔다. 이번 브랜드명 변경은 이 같은 작업의 결과라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이번 브랜드 명칭 변경은 지난 2015년 9월 통합은행이 출범한지 4년 5개월 만의 일이다.

 

브랜드명 변경은 특히 '케이이비'라는 발음의 어려움을 비롯해 'KEB'가 'KB국민은행'와 혼동을 준다는 점을 복합적으로 고려했고 대부분의 손님들이 실제로 '하나은행'으로 부르고 있다고 하나은행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하나금융그룹 내 브랜드명을 통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생명·하나저축은행 등 KEB하나은행만 제외하곤 모두 '하나' 브랜드를 사용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브랜드명 일원화를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고취시키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이란 브랜드명을 쓰기로 한 건 하나-외환 간 합병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금융은 과거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피인수 은행인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KEB', '외환'을 사용하기로 제안했다.  하나은행에 견줘 오랜 역사 및 해외 인지도를 가진 외환은행의 임직원들을 배려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실제로 당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과정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은행 상호에 '외환', 또는 'KEB'를 넣기로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 브랜드명 결정에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노조 측은 "'KEB하나은행'이라는 브랜드는 지난 2015년 7월 통합법인 출범 후 KEB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존중하고 양 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인수 은행의 브랜드를 유지하는 건 흔치 않은 사례다. 하나은행은 지난 1998년 충청은행을 인수한 후 '하나충청은행' 이름을 한동안 사용했고, 이듬해 보람은행을 인수해 통합 하나은행을 출범시켰다. 스탠다드차타드그륩은 지난 2005년 옛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SC제일은행' 브랜드를 쓰다가 '제일'을 떼고 '한국SC은행'으로 은행 브랜드명을 바꿨다. 이후 고객 인지도 및 향수, 옛 제일은행 직원들의 자긍심 고취 등을 고려해 2016년 브랜드명을 재차 'SC제일은행'으로 변경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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