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계의 배달 시장 각축전, 새로운 강자 나오나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업체 경쟁 치열...네이버 카카오 합류로 전운 고조

일부 업체의 독과점 구조가 심하다던 배달 시장이 IT 공룡기업들이 후발주자로 가세하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배달 라이더 및 오토바이.

 

 [세계비즈=한준호 기자] 국내 IT(정보기술) 업계가 배달시장에 일제히 뛰어들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배달시장 플랫폼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띵동 등 기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에 이어 쿠팡이츠 등 IT 공룡기업의 후발주자들이 대거 시장 진입에 나서 치열한 시장 다툼이 예상된다. 그만큼 배달시장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진입 장벽이 낮은 까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 배달 앱 산업에 기존 IT 공룡을 비롯한 새로운 경쟁자들이 합류하면서 막대한 자금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경기도의 배달앱 실험

 

 네이버는 이미 2018년부터 스타트업 ‘프레시멘토’와 손잡고 서울 지역 시장 상품을 판매하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현재 28개 시장 상인들이 입점했고, 올해 12개 시장 상인들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암사종합시장은 서울시와 성남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4시에서 7시 사이에 배달해준다. 시장이 있는 강동구에선 오전 10시~오후 7시 사이에 주문하면, 2시간 이내 배달이 가능하다. 특히 일반 쇼핑몰을 이용하듯 살 수 있고, 네이버페이로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연동해 결제 과정도 간편하다. 

 

 카카오는 2017년부터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상품만 주문할 수 있었으나 이듬해 중소사업자로 범위를 넓히면서 영세 소상공인까지 등록 업체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입점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5개, 1만5000 곳, 중소사업자는 1만 곳 수준으로 총 2만5000 곳의 사업자가 입점해 있다.

 

 올해 5월에는 GS25 편의점 7곳을 입점시키며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개시했다. 강남, 역삼, 서초, 신촌, 건대, 관악, 부평 등 수도권 주요 상권의 GS25 7개 점포가 카카오톡 주문하기에 입점했다. 특히 중개수수료나 입점 비용이 없고, 월 이용료는 3만 원으로 저렴하며,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안에서 결제 가능하고, 카카오플러스친구를 통한 소비자 관리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공공배달앱도 화제다. NHN페이코 컨소시엄이 얼마 전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공배달앱 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컨소시엄에는 배달앱(먹깨비), 배달대행사(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POS사, 프랜차이즈(BBQ, 죠스떡볶이, CU, GS, 세븐일레븐 등), 협회(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이 참여했다. NHN페이코는 공공 배달앱 개발의 핵심인 앱 개발과 운영, 결제 등을 맡을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로고

 

 ◆다크호스 쿠팡이츠의 대약진, 새로운 배달시장 공룡 탄생?

 

 무엇보다 현재 배달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다크호스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의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년여 만에 서울 모든 지역 및 수도권으로 서비스 권역을 넓히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나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서비스가 주도하는 배달 앱 시장에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배달 앱 시장에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약 1% 정도로 알려졌지만, 현재 그보다 훨씬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쿠팡이츠는 신규 소비자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광고를 송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음식 배달 라이더에게 주는 배달비 또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책정한 상황이다. 또한 쿠팡이츠는 여러 개 주문을 한꺼번에 배달하지 않고 즉시 배달하는 1대1 배차 시스템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빠른 배송을 강조해 호응이 높다.

 

 이처럼 쿠팡이츠가 막대한 자금으로 경쟁을 주도하자 기존 업체들도 마케팅 출혈 싸움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연 7000억원(2019년 기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영업적자를 보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쿠팡 사례처럼 후발업체라는 약점을 단기간 내에 극복하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 파괴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이츠가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배민과 요기요와 압도적인 점유율과 노하우 격차를 보여 시장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쿠팡 자신도 쿠팡이츠가 베타 서비스 수준이라고 언급했다”면서도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쿠팡이츠가 음식점 업주, 고객과 라이더에게 압도적인 현금성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배달 앱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쿠팡이츠가 차별화 서비스로 내세운 ‘1주문 1배달’은 단기간에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빠른 배달만을 강요하며 배달기사의 안전이나 처우를 뒷전으로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슬슬 나오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ongil77@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