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브이노믹스(V-nomics) 시대 기업들의 핵심 생존전략을 꼽으라면 단연 ‘친환경’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정부의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라는 호재를 기회 삼아 친환경 기술, 이른바 ‘그린테크’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친환경 분야를 선도 중인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 외에 업종 특성상 폐자재나 환경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되는 건설, 정유,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리모델링 공법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기존 바닥체 단면에 구멍을 파서 철근을 심고 톱니모양의 홈을 만들어 새로운 바닥체 콘크리트 타설 시 접합부의 안정성을 높이는 공법과 바닥체 위에 포스코 강판으로 제작한 커넥터를 부착해 새로운 바닥체 콘크리트를 이어서 타설해 두 바닥체를 구조적으로 일체화시키는 공법으로 이뤄진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새 공법은 기존에 비해 바닥체 콘크리트 파쇄량이 적어 시공이 편리하고 공사기간과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며 “특히 폐콘크리트 발생이 크게 감소해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했다.
SK건설도 친환경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국내 최대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한 뒤 리유즈·리사이클링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폐열·폐촉매를 활용한 신에너지 발전, 터널·지하공간 기술력과 융합한 신개념 복합 환경처리시설 개발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화학 분야에선 친환경 바이오원료를 활용한 제품 생산이 화두가 되고 있다. LG화학은 내년 하반기부터 세계 최대 바이오디젤 기업 네스테(Neste)와 손잡고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에 나선다. LG화학은 네스테의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폴리올레핀, 고흡수성수지, 고부가합성수지,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염화비닐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7월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2050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한 바 있다. 화석원료를 바이오원료로 대체하면 온실가스를 50% 가량 저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케미칼은 고투명 소재인 코폴리에스터와 재활용 페트를 혼합해 만든 화장품 용기용 소재인 ‘에코트리아(ECOTRIA)’를 출시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획득한 재생 폴리프로필렌 소재 개발에 성공하고 현재 화장품 용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본격적인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사업 진출에 나섰다. 화이트 바이오는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기 위해 식물 등 생물자원을 원료로 산업 소재·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친환경 산업이다. CJ제일제당은 내년 중으로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공장에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연간 500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전세계 친환경 재생에너지 시장은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생분해성 신소재 연구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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