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3%대까지 오를 전망인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취약 계층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도 오르기 때문에 이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불법사금융 이용이 많아질수록 그 피해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축소, 민간금융 배제 확대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의 금융 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알아봤다.
[세계비즈=이주희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8월까지 열린 여섯 번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 중 기준금리를 다섯 번 인상했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의 문은 열린 상태로 한은은 대외여건의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 취약 계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금리 인상은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데, 조달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커 취약 계층에 대한 대출시장 배제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금융권 전체의 다중채무 차주 수와 채무액 규모는 각각 451만명, 598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2017년 말 416만6000명, 490조6000억원 대비 각각 8.3%(34만4000명), 22.1%(108조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다중채무자 1인당 채무액도 2017년 말 1억1800만원에서 올 4월 말 1억3300만원으로 12.8% 증가했다.
다중채무는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의 채무다. ‘빚으로 빚을 돌려 막을 가능성’이 큰 다중채무자는 금리 인상기에 상환 부담이 높아져 부실 위험이 늘어난다.
금융업권별 다중채무액을 보면 은행권이 50.5%, 상호금융권 19.3%,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권) 11.1%, 저축은행 5.2%, 보험 4.7%, 대부업권 1.4% 순서였다. 채무액 증가율은 저축은행이 78%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취약차주 수가 전체 차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3월 말 6.3%로 지난해 말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다중채무자의 부실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차주를 말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고금리 다중채무는 차주의 상환 부담을 높여 소비여력을 위축시키게 되며 감내할 수준을 넘어갈 경우에는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 연구위원은 잠재부실위험이 현재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채무자 입장에서는 금리상승 위험이 노출된 상황에서 과도하게 자산시장에 유입된 채무자금의 조정이 필요하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자본 및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적으로는 다중채무자의 신용대출 및 일시상환대출을 중도 또는 만기도래 시에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해 주거나 저축은행 및 여전사 등의 고금리 상품을 여타 업권 또는 정책금융기관의 저금리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의 개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제2금융권 규제 강화로 고령층 중 취약차주의 금융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어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월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기준을 60%에서 50%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군의 신용등급을 보면 점수가 낮을수록 이용률도 높았다.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점수 800점 이상의 차주들은 현금서비스 잔액이 거의 없지만, 500~600점 구간의 차주에 대한 잔액 비중은 15.6% 수준으로 다른 대출성 카드자산 대비 높다는 특징을 보였다.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기 때, 최고금리가 취약차주의 민간금융 배제에 미치는 양향은 최근 10여 년간의 금리 하락기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법적으로 고정이자율을 명시하는 대신 중앙은행이 대출총류, 금액, 기간 등에 따라 유사한 대출상품 평균금리의 몇 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변동적인 최고금리를 설정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오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취약차주의 부담을 경감하면서도 일부 계층의 소외현상을 최소화하기 적절한 최고금리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경제 상황에 연동해 최고금리를 준칙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현재 제1금융권 대상으로 진행 중인 예대금리공시 제도를 제2금융권, 상호금융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예대금리차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알 수 있는 것으로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막고, 자율적 금리경쟁 촉진 등을 위한 취지로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예대금리차는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더 커지게 된다. 때문에 당국은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 및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하도록 했고, 평균 신용점수도 함께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추후 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만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만약 예대금리차 공시가 저축은행까지 번지게 되면 예대금리차를 최대한 작은 폭으로 보여주기 위해 리스크 비용이 적게드는 고신용자만 받을 수 있다”며 “그렇게되면 저신용자 고객들은 대출받기 더 힘들어지고 이들은 안좋은 환경의 대출권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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