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줄어들었다는데... 아직 불안정한 이유는

물가 상승률 둔화… 中리오프닝·원유값 상승 변수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지만, 원유가격 인상 및 불안한 유럽·동북아 국제 정세에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0.38(2020년=100)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 상승했다.

 

이는 1월 상승률(5.2%)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한 성적이다. 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는 석유류 가격 하락, 안정적인 축산물 가격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우선 석유류는 1.1%, 농축수산물 중 축산물은 2.0% 하락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 둔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는 안일한 시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불안한 동유럽 및 동북아 정세도 한 요인이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내달 인도될 아시아·유럽 주요국 인도분 원유 가격을 인상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람코가 오는 4월 아시아 인도분 경질유 ‘아랍 라이트’ 공식 판매가격(OSP)을 전월 대비 배럴당 0.5 달러 인상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람코는 전체 판매량의 60%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인도한다. 

 

물가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전반적 물가는 둔화됐지만 공공요금은 인상해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역대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가공식품 물가도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의 이번 자료에서도 식탁물가가 많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가공식품은 10.4% 올라 전월(10.3%)보다 상승 폭이 높아졌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다.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도 많이 올랐다.

 

농·수산물도 전월보다 더 많이 뛰었다. 전월 0.2% 내렸던 농산물이 2월에는 1.3% 올랐고 이 가운데 채소류가 7.4%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8가지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10% 넘게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 해도 아직 체감이 덜 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상반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향후 물가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가 인상 폭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촉구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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