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틀째 이어진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9000명에 육박하면서 ‘의료대란’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전체의 70% 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면서 정부는 남은 전공의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상진료대책을 세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
2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이들 중 7813명은 사직서 제출과 더불어 근무지를 이탈했다. 근무지 이탈자 비율은 전체 소속 전공의 중 63.1%다.
보건복지부는 현장 점검에서 이탈이 확인된 6112명 가운데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 센터에 새롭게 접수된 피해 사례는 전날 오후 6시 기준 58건으로 집계됐다. 접수된 건을 보면 주로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이다.
실제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 수가 늘어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의 정도,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는 교수와 전임의 규모, 진료과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이날 예정된 수술의 30% 이상, 최대 40~50% 연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병원은 진료과별로 환자의 응급·중증도 등을 고려해 입원·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인 만큼 응급·위급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복지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일선을 떠난 전공의들이 업무 복귀 명령에 끝내 따르지 않을 경우 의사 면허 취소 등 추가 행정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진료 거부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 엄정 수사키로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집단행동으로는 국민으로부터 어떠한 공감과 지지도 얻을 수 없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료인들이 중증 응급 분야 환자를 방치하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의료 현장뿐 아니라 의대생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한꺼번에 휴학계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부 의대 상황 대책팀이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총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이들 중 현재까지 6개교에서 30명에 대한 휴학을 승인했다.
다만 교육부가 대학이 학칙에 맞지 않는 휴학을 승인할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엄정 대응하면서 집단 휴학이 전국으로 확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의대생 단체 행동은 수업 거부로 본격화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간 의료계를 두고 여론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서울경찰청에 의료법 위반·협박·강요 등 8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고발했다. 나아가 서민위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를 중단한 ‘빅5’ 병원 전공의들도 함께 고발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