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부업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한다.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불법대부행위에 대한 처벌과 제재 수준을 높이는 등 불법사금융 척결 의지를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당정협의를 거쳐 국무조정실,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을 11일 발표했다.
최근 고금리와 내수회복 지연 등으로 서민·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불법사금융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 고금리 대부계약과 불법추심도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불법유통과 불법사금융 연계 등 새로운 형태의 피해가 늘고 있다.
반면, 현행 대부업법은 2002년 제정 당시 대부업 양성화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제재와 처벌 수준이 낮아 신변종 불법사금융 피해사례 예방과 구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불법사금융 유형은 이용자의 나체사진·동영상을 요구하고 연체가 발생하면 이를 지인에게 송부하거나 가족·친구·직장동료 등에게 대신 변제하라고 요구한다. 또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불법업자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것 등을 말한다.
하지만 피해자 다수(78%)가 불법사금융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용했으며 온라인을 통해 쉽게 불사금업자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업체인지 모르고 계약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현행 ‘미등록 대부업자’에서 ‘불법사금융업자’로 명칭을 변경한다.
불법대부행위에 대한 처벌과 제재 수준도 상향한다. 대부업법상 허위상호·허위계약 기재 등에 대한 과태료 기준을 상향하는 하는 한편, 대부업자가 채권추심법 위반 시 기관경고·주의조치 및 임직원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 처벌강화 안을 보면 미등록 대부업의 경우 징역 5년·벌금 5000만원에서 징역 5년·벌금 2억원으로, 최고금리를 위반한 경우 징역 3년·벌금 3000만원에서 징역 5년·벌금 2억원으로 높이는 식이다.
불법사금융의 주된 통로로 작용하는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는 영세업자의 불법영업 및 불법사금융 연결통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부중개사이트의 등록기관을 지자체에서 금융위(금감원 위탁)로 상향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대출비교플랫폼수준의 인적·물적요건과 정보보호체계를 갖추도록 의무화한다.
지자체 대부업자의 등록 요건도 높인다. 부적격 대부업자는 즉시 퇴출당하고, 적격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서민금융 공급을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운영→퇴출→재진입’ 전반에 걸쳐 규제를 정비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업체는 8597개, 대출잔액은 12조5000억원, 이용자 수는 7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연 7.5% 수준이며 대형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12.6%를 나타냈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는 지난해 1만2884건으로 전년 대비 약 24.5% 증가했고, 경찰청의 단속 건수도 1404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민 취약계층의 일상을 파괴하는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를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합심해 제도적 기반과 체계를 갖추는 데 최우선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포함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최대한 신속히 입법 추진하고, 법 개정 외에도 즉시 시행 가능한 조치는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