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에서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 판매를 권유하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주요 정보를 고지하지 않는 등 다수의 불건전영업행위 사실이 드러났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증권선물위원회는 한투증권 정기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해 1억7000만원의 과징금과 9억50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 대상은 ▲계열회사 임원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의무 위반 ▲거래규모 또는 수수료수입과 연동한 대가지급 금지위반 ▲계열회사 발행증권의 투자일임재산 편입 한도 위반 ▲일반투자자에 대한 중대한 이해관계 고지의무위반 ▲일반투자자에 대한 고위험 채무증권 매매권유금지 위반 ▲부당한 재산상 이익 제공 금지위반 등이다.
한투증권은 2019년 2월 28일부터 2022년 9월 7일까지 PF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16개 사모펀드(설정액 3475억원)를 일반투자자 513명(1940억원)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해당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주체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불건전 영업행위 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대출채권 보유를 포함해 ▲인수계약 체결 ▲지급보증 제공 ▲계열사 또는 자기가 수행 중인 기업 인수 합병 업무대상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보유 등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경우, 이를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금감원은 주관사인 한투증권이 대출채권을 담은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스스로 떠안아야 할 물량을 줄였다고 판단했다.
또한 2021년 7월 9일부터 2022년 7월 13일까지 PF그룹이 주관한 부동산 사업장에 대한 대출채권을 기초로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신용등급 없는 사모사채 12건(115억원)을 팔았다.
금융투자업 규정에서는 자기회사 또는 계열사가 발행한 증권 가운데 신용등급을 받지 않은 사채, 자산유동화증권, 기업어음 등 고위험 채권의 판매 권유를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사모사채의 발행주체인 SPC가 넓은 의미에서 한투증권의 계열사에 해당하고, 한투증권이 주관사 역할을 수행하며 의사결정을 주도했다는 해석이다. 주관사가 책임져야할 PF 사업장의 부실위험을 투자자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봤다. 한투증권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불거진 새마을금고 관련 PF 대출 수수료 불법 지급도 드러났다. PF 주관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마을금고에서 취급수수료와 금리를 낮춰주는 대신 제3자인 컨설팅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26억7000만원을 4회에 걸쳐 지급했다. 해당 컨설팅업체는 새마을금고 전·현직 직원이 각각 가족과 지인의 명의로 세운 회사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한투증권에 계열사 임원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의무 위반 혐의와 관련 1억7000만원의 과징금과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9억50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부과한 과태료는 29억9900만원이었으나, 투자광고위반 혐의 등이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최종 제재는 금융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