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재중이라 인공지능(AI) 비서가 대신 받았어요. 저에게 용건을 말씀해주시면 전달해 드릴게요.”
LG유플러스가 7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익시오를 통해 AI 전환(AX) 컴퍼니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통신사의 근간인 ‘통화’ 영역에서 익시오가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AI가 전화 대신 받고 보이스피싱까지 감지
익시오는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AI 통화 서비스로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통화 녹음·요약 기능 등을 제공한다.
‘전화 대신 받기’는 말 그대로 AI가 대신 전화를 받아 상대방과 대화를 이어가는 기능이다. AI가 상대방과 통화를 하고 내용을 저장하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나,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보이는 전화’는 통화 내용을 AI가 즉석에서 텍스트로 변환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공연장이나 지하철과 같이 시끄러운 장소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 화면을 보면서 통화를 할 수 있고, 통화 도중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확인할 때도 유용하다.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는 AI가 통화 내용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경고해주는 기능이다.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보이스피싱을 탐지하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게 피싱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했다.
‘통화 녹음·요약’은 SK텔레콤의 ‘에이닷’ 등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기능이다. 익시오의 경우 실제 음성 데이터가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보안상의 강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일반 소비자(B2C) 영역에서 익시오를 ‘퍼스널 AI 에이전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익시오로 모바일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한 뒤 향후 홈 에이전트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포부다.
◆“AI 기술이 아닌 AX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
이날 간담회에서 황현식 대표는 “고객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일상에서 잘 사용할 수 있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 AX 서비스를 원한다”며 “LG유플러스는 ‘AI 기술이 아닌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 역량 내재화와 빅테크와의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황 대표는 “올해 우리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생성형 AI에 기반한 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결과물들을 하나씩 세상에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그로쓰 리딩 AX 컴퍼니(AI 전환으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AX 중심의 혁신을 가속화해 나가고 있다. 6월 LG AI연구원의 생성형 AI인 ‘엑사원’을 기반으로 통신에 최적화·경량화된 생성형 AI ‘익시젠(ixi-GEN)’과 AI 개발 플랫폼 ‘익시 솔루션’을 선보였다. 7월에는 기업고객(B2B) 사업에서 인프라, 플랫폼, 데이터 등 기술 혁신에 집중해 AI 응용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올 인 AI’ 전략을 공개했다.
황 대표는 “매년 AI에 4000억~5000억원 정도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 같다”며 “2028년까지 투자 규모는 2조~3조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시오의 목표 이용자 수를 묻는 질문에는 “익시오가 제공되는 휴대전화 기종을 사용하는 고객 수를 환산하면 1년 안에 최소 100만명을 목표로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가입자가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 익시오는 아이폰14 이후 모델부터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내년 1분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