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대기업 사표 내고 로봇에 올인... 최진 모빈 대표 “로봇은 세상을 바꾸고, 우리는 로봇을 바꾼다”

최진 모빈 대표가 지난달 31일 경기대 수원캠퍼스에서 모빈의 배달로봇, 신호수로봇, 순찰로봇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로봇 개발 스타트업 모빈은 국내 대기업 사내벤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모빈은 2018년 현대자동차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바퀴만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는 모빌리티 기술을 적용한 배달 로봇을 구현해 대상을 받은 뒤 사내 스타트업으로 성장해 2022년 12월 분사했다.

 

 모빈의 CEO(최고경영자) 최진 대표는 현대차 연구원 출신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의왕연구소에서 약 10년간 상용차 엔진 개발 담당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에게 ‘꿈의직장’으로 불리는 현대차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직업만족도가 높았고 처우도 훌륭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택했다. 안정적인 삶을 뿌리치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스타트업 세계로 뛰어들었다. 2년 전 현대차에 사표를 던지고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세계 최초·유일의 바퀴형 장애물 극복 자율주행 로봇 사업화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경기대 수원캠퍼스 내 모빈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현대차를 다닐 때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도 있었고, 회사 생활도 만족스러웠지만 로봇 개발과 상용화라는 더 해보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하게 회사를 나왔다”며 “대학 시절 바퀴만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기술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기 전에 만들어보는 게 꿈이었는데 현대차 재직 시절 로봇을 좋아하는 공동창업자 친구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바퀴형 장애물 극복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꽃길을 마다하고 선택한 가시밭길일 수도 있다. 후회는 없었을까. 최 대표는 “가끔 동기들 성과급 얘기를 들으면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껄껄 웃으면서도 “현대차에 있을 때는 바다에 돌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편안하고 안정적이지만 제가 무언가를 해도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모빈에서는 연못에 돌을 던지는 느낌이다. 불안정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바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서 즐겁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모빈과 협력해 공동주택 입주민을 위한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사진은 자율주행로봇이 계단을 오르며 단지 내에서 배송 서비스를 하는 모습. 현대건설 제공

 모빈의 현재 주력 사업 모델은 배달 서비스 로봇이다. 2021년 2바퀴 장애물 극복 배달로봇, 2022년 4바퀴 장애물 극복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개발했다. ▲BGFretail(편의점 배달) ▲현대글로비스 및 현대엔지니어링(주택단지 배달) ▲호반(리조트 배달) 등 국내 주요 기업과 지난해까지 서비스 검증 및 개발 협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현대건설과 협력해 공동주택 입주민을 위한 로봇 배송 서비스 시범 운영에 나섰다.

 

 모빈의 배달로봇은 특수 고무바퀴 구조 덕분에 도시에서 언제나 마주할 수 있는 높은 계단 등 장애물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모빈이 타이어를 디자인하고 금호타이어에서 소재를 개발해 내구성을 개선했다. 적재함 수평 유지 기능도 탑재해 적재물의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최진 모빈 대표가 지난달 31일 경기대 수원캠퍼스 내 모빈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또 3D 라이다와 카메라를 장착해 주변 지형과 사물을 인식하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율주행할 수 있다. 모빈은 현재 로봇 구조(특허 출원 3건), 적재물의 안정성/제어(6건), 휠 시스템(4건), 적재물 하차/디자인(4건) 등 17건의 특허 출원(특허 등록을 위한 심사 신청)을 낸 상태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간 제약이 없는 로봇으로 배달 서비스를 하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많은 배달 로봇들이 출시됐지만 대부분 평지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물을 극복해 입체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배달로봇을 개발했다. 우리 로봇은 지역 구분 없이 어디든 다 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모빈이 개발한 로봇은 같은 기술로 배달뿐만 아니라 택배로봇, 교통로봇, 순찰로봇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모빈은 현재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신호수로봇과 방범용 순찰로봇 실증을 진행 중이다. 추후 군사용로봇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로봇연맹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62억달러(약 50조원)였던 전 세계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1033억달러(약 143조원)로 5년 동안 3배 정도 커질 전망이다.

 

 최 대표는 모빈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실제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모빈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직접 모빈 부스를 방문해 모빈의 배달로봇을 살피고 최 대표로부터 배달 로봇기술 관련 설명을 듣기도 했다. 최 대표는 “예전에는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CES에서 혁신상도 받고 해외 기업인들과 엔지니어들에게 인정받으니 우리 기술력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진 모빈 대표가 지난달 31일 경기대 수원캠퍼스 내 모빈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학 기자

 최 대표의 목표는 어디에서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로봇은 세상을 바꾸고 우리는 로봇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로봇은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빈의 로봇이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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