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 전기차가 전기차시장 캐즘을 돌파할 수 있을까.
글로벌 전기차업체인 테슬라가 내년 초에 저가 전기차 모델 Q를 내놓는다. 그동안 고가 축에 속하는 전기차만 내놓던 테슬라가 한껏 자세를 낮추며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업체를 비롯해 중국 전기차업체도 저가 전기차를 통해 필승 의지를 다진다.
16일 외신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달 초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 Q의 가격을 비롯해 출시 일정과 제원을 공개했다. 모델 Q는 다음 달 본격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더라도 실구매가가 3만7499달러(5370만원)일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기존 보급형 모델이었던 모델 3의 4만4130달러(6320만원)보다 6000달러 이상 낮은 가격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로부터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더하면서 실제 구매가는 2만9999달러(4200만원)로 떨어져 3만달러 이하의 가격이 형성된다.
모델 Q는 해치백 스타일로 유럽을 정조준했다. 길이 좁은 유럽의 특성상 작고 실용적인 해치백 스타일을 선호하는 취향을 반영한 것이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 인근에 연 최대 생산 규모 50만대인 완성차 조립공장 기가팩토리 베를린을 운영 중이다. 모델 Q는 유럽에서 중국 BYD의 돌핀과 현대차그룹 EV3, 독일 폭스바겐 ID.3 등과 한판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그동안 저가 전기차시장은 BYD가 쥐락펴락해왔다. 시장조시가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BYD가 310만70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6.5%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142만5000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한 1355만6000대를 나타냈다. 수치만 보면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중국 업체들의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BYD뿐만 아니라 중국 지리그룹 역시 내수와 유럽에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며 총 105만4000대를 팔았다. 반면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분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테슬라는 전년 동기(144만대) 대비 1.1% 감소했고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45만5000대로 3.4% 줄었다.
더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미국 정부 지원도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시장 외에서 저가 전기차 판매 전략을 통해 전세를 만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 전기차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늘린 테슬라에 맞서 새로운 경쟁 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 출시로 인해 본격적으로 저가 전기차시장이 열리게 됐다”며 “그간 고가 전기차가 주를 이루며 캐즘에 봉착했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변화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