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매형이 한 비행기 탔는데…우리 누나 어떡해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공항 전체가 유가족들의 울음과 탄식으로 뒤덮였다.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오열했다. 유가족들은 “추가로 파악된 생존자가 있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벽을 치기도 했다.
해당 소식을 뉴스로 접한 한 남성은 이제 막 서른인 자신의 누나가 사망했을 리 없다고 부정했다. 한 20대 여성은 멍하니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여성은 “50대인 어머니가 홀로 비행기를 탔다”며 “지난 밤에 다시 한국에 온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이 마지막에 됐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유가족은 아들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게 해달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몇몇 유가족들은 충격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휴대전화 속 가족 사진을 보거나 태국에서 보낸 문자를 들여다보며 울먹이는 가족도 있었다.
무안국제공항 이용객 대다수는 인근 광주와 전남 지역주민이다. 광주공항에는 국내선만 취항해 광주에서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공항이 무안이다. 광주·전남 지역주민들은 안타까운 참변에 비통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광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37)씨는 “해당 소식을 전해 듣고 주변인들 모두 깜짝 놀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철새도래지에 공항을 지어 이런 사고가 발생했단 얘기도 들리고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이들을 추모하는 글이 전해지고 있다. 동남아여행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는 “연휴를 즐겁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텐데 안타깝다”면서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전남 지역의 육아 온라인 카페에서 B씨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속상하다”며 “마음이 무거워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 세계 외신들도 소식을 긴급 타전하면서 사고 수습 상황과 현장 모습, 사고 원인, 탑승객 국적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AP는 “여객기가 한국 공항에서 활주로에서 미끄러진 뒤 화염에 휩싸여 최소 47명이 사망했다”며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탄핵으로 촉발된 거대한 정치적 위기에 휘말린 가운데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AFP도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2005년 설립된 한국 최대 저가항공사 중 하나인 제주항공의 역사상 첫 사망 사고”라며 “2007년 8월 승객 74명을 태운 제주항공 봄바디어Q400 항공기가 김해공항에서 강풍으로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12명 부상에 그쳤다”고 조명했다. 이어 한국 항공 산업이 안전과 관련해 탄탄한 실적을 갖고 있다는 전문가 평가도 언급했다.
태국인 2명이 탑승한 가운데 태국 주요 언론도 관련 소식을 긴급으로 보도했다. 방콕포스트와 태국 최대 일간 중 하나인 타이랏도 사고 소식을 실시간 보도하며 “한국에서 추락한 방콕발 제주항공에 태국인 2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태국 외교부에 자국민 승객에 대한 긴급 조사 및 즉각적인 지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