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보유금액이 17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보유액은 1175억8700만달러로 일주일 전(1121억1800만달러)보다 4.9% 증가했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173조9290억원으로 삼성전자 시총 319조9980억원의 54.4% 수준이다. 대한민국 대장주 삼성전자의 시총 절반 선을 넘어선 것이다.
서학개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어 2019년말 84억달러를 넘은 미국주식보유액은 2022년말 약 442억달러, 지난해 말 680억달러를 기록했다.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이 한국 증시를 앞섰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달 보고서에서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에 힘입어 지난 11월의 거래 대금이 635억 달러(약 89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일반 투자자의 월평균 미국 증시 거래 대금은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의 25%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통상 환율이 계속 오를 때는 외국 주식 매수가 주춤한다. 미래 환율이 떨어지면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학개미 사이에선 이런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땅한 대안 투자처가 없고 고환율이 뉴노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미국 쏠림을 가속화한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서학개미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대신 관세 등 무역장벽 강화로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국장에 대한 매력이 낮아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채권·외환·상품운용) 리서치부 부장은 “국내 정치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12월말의 국내 경제 흐름이 정치 불안과 더불어 경기 불안도 동행하며 원화 약세 압력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단기 등락은 불가피”라고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연준의 매파적 태도로 원화 약세와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의 이탈은 지속되며 국내 시장에서 달러 유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증시는 작은 수급에도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