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생존전략] 고금리·고물가 시대 슬기로운 주거생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내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 LH 제공

 삶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주거’다. 그런데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 집 마련을 꿈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초년생이거나 소득이 높지 않은 일반 직장인은 더욱 그렇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가량 꼬박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주 연령이 만 19세 이상~만 34세 이하인 청년 가구는 자가점유율이 14.6%에 불과했다. 가구주로 독립한 후 생애 첫 집을 장만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7.7년으로 전년(7.4년)보다 4개월 늘었다.

 

 일반 직장인의 월급만 모아서 집을 구매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운 현실. 과중한 주거비 부담을 덜거나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방법은 없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부동산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거 사다리’ 공공주택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나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택이다. 행복주택, 청년주택,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든든전세주택 등 종류가 다양하다. 주로 신혼부부, 청년, 고령자 등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초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해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주거 안정성도 공공주택의 장점이다. 전세 사기에 취약한 사회초년생도 전세보증금 미반환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의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미리 내 집’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양전환형 매입 임대주택은 싼 임대료로 장기간 살 수 있고, 추후 내 집 마련의 기회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미리 내 집은 입주 후 자녀 1명 이상을 출산하면 소득∙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최장 20년까지 거주 기간이 연장된다. 2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전환할 수 있다.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최소 6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공주택의 가장 큰 강점은 민간임대주택보다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수도권 주택 시장이 위축되고 금리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럴 땐 무리해서 집을 구매하기보단 임대주택을 내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에 경매전문 문구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시세보다 저렴한 부동산 경매 주택

 

 부동산 경매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부동산 경매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법원이 재산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하는 절차다. 부동산 경매의 집행 법원은 감정인에게 부동산 가격 평가를 맡기고 이를 통해 산출된 ‘감정평가액(감정가)’을 최저 매각 가격으로 결정한다. 경매가 처음 진행될 때의 최초 감정가는 시세 대비 10~20% 낮은 가격으로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주인을 못 찾으면 다음 입찰의 최저가가 직전 입찰보다 20~30%까지 내려간다. 절차가 안정적이고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 등도 부동산 경매의 장점으로 꼽힌다. 안해진 매일옥션부동산그룹 대표는 “부동산 경매의 장점은 뭐니 뭐니해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목돈이 많지 않은 이들이 기댈 수 있는 게 부동산 경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낙찰을 받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매물마다 케이스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철저한 권리분석이 필요하다. 안 대표는 “부동산 경매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입찰해야 한다. 권리 분석상 문제가 되는 물건을 낙찰받거나 선순위 임차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입찰해서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많다”며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을 공부하고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믿을만한 회사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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