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바로알기①] 젊어지는 난소암… 워커홀릭 여성 노린다?

조기 발견시 가임력 보존… 예방위해 경구피임약 복용하기도

◆‘난소 박사’ 김하정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원장

 

[정희원 기자] 난소암은 흔히 영향력이 높은 ‘파워 우먼’에서 호발하는 암종으로 꼽힌다. 

 

난소암의 원인으로 야근, 저출산, 지속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꼽히는 만큼 워커홀릭·정재계의 파워우먼에서 발병하는 측면이 큰 게 사실이다. 실제로 세계 정치·경제 분야에 영향력을 끼치는 많은 여성들이 난소암과 싸웠다. 

 

무엇보다 난소암은 초기증상이 전혀 없고, 3기 이후에야 증상이 발현된다. 이상이 늦어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3기 이상인 경우가 70%에 육박하는 이유다. 치료시기를 놓치다보니 생존률도 60%대에 그친다. 

 

더욱이 난소암이 젊어지고 있다. 50~60대 갱년기 환자가 가장 많지만, 점점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난소암 전문가 김하정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원장으로부터 젊어지는 난소암에 대해 물었다. 

-난소암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로 증가세를 보이는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20∼30대 젊은 난소암 환자가 2010~2017년 7년 새 50.5% 급증했다. 난소암은 상피성 난소암, 생식세포 종양, 성기삭간질성 종양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상피성 난소암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상피성 난소암은 나이가 들수록 걸릴 확률이 높다. 노화로 세포 복구능력이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지는 게 한몫한다. 실제로 폐경기 연령대에서 가장 호발하는 암종이다. 젊은 사람에서 증가하는 난소암은 생식세포 종양인데, 이는 상피성 난소암에 비해 드물다.”

 

-젊은 난소암의 원인으로 ‘지속적인 배란’이 지목된다던데.

 

“그렇다. 실제로 난소암의 원인 중 하나로 지속적인 배란이 원인으로 꼽힌다는 연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출산 경험이 없는 고령 여성, 모유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말 그대로 배란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만큼 난소도 과도한 업무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반면 임신하거나 수유를 하면 배란이 이뤄지지 않는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럴 경우 배란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난소암 위험도가 떨어진다. 물론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서 가족력으로 인해 난소암을 겪는 환자는 약 5%에 불과하다.”

난소암의 원인 중 하나로 지속적인 배란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구피임약이 배란을 멈추게 한다면, 출산을 원치 않는 여성에게 난소암 예방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이다. 이미 경구피임약 복용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난소암 예방법 중 하나다. 피임약을 5년 이상 장기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률이 약 50%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경구피임약을 먹으면 배란중지 등 난소의 본래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춘다. 이 과정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도 낮은 상태로 유지되며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피임약을 누구에게나 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가 다르다보니 이로 인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어 산부인과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난소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암세포의 유형과 병기, 환자의 몸 상태 등에 따라 치료법이 제각각이다. 초기라면 항암 약물치료에 나설 수도 있지만, 대부분 수술로 암이 퍼진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방향을 잡게 된다. 임신을 고려하는 젊은 여성이 조기 난소암(1기)으로 진단받을 경우 복강경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난소암 항암 치료에 나서도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반드시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발견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럴 경우 수술 범위를 최소화해 가임력을 보존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다만 3기로 이어지면 난소암 치료는 기본적으로 난소 절제술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임력 보존이 힘들다.

 

평소 성인 여성에게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을 것을 강조하는 이유다.

난소암 1기에 발견된 환자는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하게 암을 발견해 치료받은 경우다.

 

특히 고위험군 요소가 있다면 더욱 열심히 챙겨야 한다. 성공적으로 치료받았더라도 난소암은 전이·재발이 잦은 고약한 암이다보니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김하정 민트병원 원장이 난소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확실히 자궁건강을 위한 검진에 비해 난소검진은 생소한 듯하다.

 

“아무래도 그렇다. 여성들도 자궁검진을 열심히 챙기지만, 난소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드문 게 사실이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국가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을 지원한 이후로 여성검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난소검사를 따로 할 필요는 없고, 자궁검진과 동시에 난소건강도 간단히 챙길 수 있다. 난소도 자궁검진과 마찬가지로 초음파 검진 등을 시행한다.

 

지난 2월부터 여성 생식기 초음파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돼 부담도 줄었다. 고위험군 여성은 필요에 따라 한번의 간단한 피검사로 이뤄지는 여성암 검사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난소 박사’ 김하정 원장은…

 

김하정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원장은 산부인과 전문의·부인종양학 의학박사다. 그는 난소암 중에서도 희귀암종인 ‘난소 투명세포암의 잠재적인 치료 표적인 c-MET’ 논문으로 의학박사를 취득한 난소암 전문가다. 이 논문은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도 게재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한부인종양학회 부인암분과 전문의 자격인증서를 수여받았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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