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담적병?

[정희원 기자] 현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만성피로'다. 푹 자고 일어나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고, 부쩍 힘들다는 것. 아침에 일어날때뿐 아니라 긴장이 풀릴 때, 점심시간 이후 졸음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럴 경우 마음대로 쉬기도 어려워 커피 등으로 버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사라지지 않는 만성피로와 소화불량, 체기가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지영 부천 으뜸한의원 박지영 원장(한의학박사)으로부터 이유를 물었다. 

 

박 원장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피곤이 누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더욱이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종일 마스크를 쓰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폭염으로 피로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잠을 자거나 시원한 환경에 놓였을 때 피로감이 나아지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영 부천 으뜸한의원 원장

이처럼 특별한 원인질환 없이 잠을 충분히 자도 피곤하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는 오랜 시간 피로가 쌓이면서 그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가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준다. 이때 소화불량, 잦은 체기, 식욕 저하, 두통, 어지럼증, 근육통, 무력감, 우울감 등의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가 오래 지속될 경우 '담적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만성피로 증상이 소화불량 등 소화기 증상과 함께 나타날 경우 담적병이 그 원인일 확률이 크다. 

 

담적병이란 위장과 전신에 담(痰)이 결린 상태이다. 위장에서 미처 소화되지 않은 노폐물 담음이 위장 외벽에 단단히 쌓여 굳어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만성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목이물감 등 전신증상을 일으킨다.  

 

담적으로 인한 만성피로와 소화불량 증상은 악순환의 고리에 있다. 담적으로 인해서 위장 연동운동이 떨어지면 소화흡수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안되어 몸이 피로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담적은 위장 연동운동 저하로 직접적인 소화불량 증상을 일으키는 것 외에도, 혈액과 림프관을 타고 전신에 퍼져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특징적으로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령 명치와 배꼽 사이가 더부룩하고 덩어리처럼 딱딱한 게 만져진다. 평소 속이 자주 메슥거리고 울렁거리며, 트림이 수시로 나고 가스가 자주 찬다. 양치를 해도 입냄새가 심하고,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경계 증상도 동반한다. 머리가 무겁고 원인 모를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기도 한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귀가 울리는 이명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불면증을 겪기도 한다.  

 

신장기능은 정상인데 얼굴이나 손발이 잘 붓는 순환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손발이 시리고 차거나, 등이 자주 결리고 아프고, 항상 몸이 무겁고 피곤할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비뇨생식기계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소변양이 적지만 자주 마려운 게 특징적이다. 남성은 성욕이 감소하고 성기능이 떨어지거나, 여성은 냉대하가 늘고 질염이나 방광염에 자주 걸린다. 

 

박지영 원장은 이들 다양한 증상에서 5가지 항목 이상에 해당한다면 담적병(담적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의학에서는 담적병 치료에 앞서 원인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경락기능검사를 통한 자율신경 균형도 파악, 복진(腹診), 맥진(脈診), 병력청취를 통한 담적병 여부와 유형을 파악한다. 이후 체질에 맞춰 담적을 제거하고, 기력회복을 통한 만성피로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한약을 처방한다. 이와 함께 보조적으로 침치료와 약침 치료, 온열요법 등을 주 2~3회 병행하기도 한다.  

 

박 원장은 “담적병은 위장과 전신의 기능성질환으로 내시경이나 초음파 같은 각종 영상검사에서는 진단되지 않는 게 특징”이라며 “한의원에 내원했을 때에는 이미 증상이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6개월이상의 장기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고 조언했다. 

 

happy1@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