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홍성·보령=글·사진 전경우 기자] 코로나19 유행 이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국내여행이 르네상스 시기를 맞았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청남도는 강원, 제주에 이어 국내 여행객이 주목하는 여행지다.
원래 수도권 주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여행지는 충청남도였다. 영동고속도로 확장 이전 강원도는 멀었고, 제주 여행은 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충청남도는 ‘대한민국 3대 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을 비롯한 수많은 해변과 수덕사 등 관광지가 즐비하고, 서울에서 승용차와 철도를 통한 접근성도 뛰어나 80년대와 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다 KTX 개통, LCC(저가항공사) 등장, 해외여행 대중화로 인한 여행 패턴 변화로 옛 위상을 많이 잃었다.
잠시 잊고 있던 여행지, 충남은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 결과 예전에 보기 어렵던 새로운 여행지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규 여행지와 옛 명소의 조합은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충남은 ‘국내 여행 1번지’의 명성을 빠르게 되찾는 중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사업과 섬관광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감동적인 스토리, 예산 황새공원
황새와 두루미, 왜가리, 백로 등은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새다. 황새는 두루미와 닮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르다. 부리 부분이 붉고 몸집이 더 큰 편이다.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된 황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25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 조류다. 텃새였던 야생 황새는 1994년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고, 지금은 겨울철 월동을 위해 러시아 아무르지역에서 일부 개체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예산군은 황새의 한반도 야생복귀를 위해 전국 최초로 예산황새공원을 조성했다. 하늘 높이 비상하는 황새의 모습과 신비로운 울음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은 대단한 체험거리다. 13만5669㎡ 부지에는 황새 문화관, 오픈장, 생태습지, 사육장이 있다. 문화관에서는 국내 마지막 황새가 사라질 당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준다.
지난 2014년 6월 황새 60마리가 예산황새공원에 둥지를 틀었고, 2015년 봄 14마리의 황새가 태어났다. 2015년 9월 첫 자연 방사(8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여러마리의 황새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예산군에는 2곳 이상의 황새 번식지가 확인되었고, 1970년대 이전까지 황새가 서식하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군에는 삽교천,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범람원 습지가 발달하여 있어 최적의 황새 서식지로 평가받는다.
예당호(예당저수지)가 멀지 않아 함께 돌아볼 만하다. 지난해 4월 개통한 국내 최대 규모(길이 402m)의 출렁다리와 분수쇼는 과거에 없던 볼거리다.
덕산 세계인형박물관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행지다. 옛 숙박업소를 개조한 이색적인 공간에 세계 각국 시대별 인형을 모아 놨다.
사과와인으로 유명한 은성농원에서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산의 명물 사과를 이용해 만든 이색적인 와인 맛을 즐길 수 있다.
▲미래와 전통의 조화, 홍성의 새 명소들
충남도청이 있는 홍성 내포신도시 중심부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아 조성된 ‘독립운동가의 거리’가 있다. 차가 다니는 ‘거리’는 아니고, 홍예공원 내부에 있는 ‘길’이다. 지난 4월 일반에 공개된 이곳을 찾으면 충남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5인,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이동녕 선생, 한용운 선생과 관련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거대한 규모의 공원이 잘 가꿔져 있는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충남의 위상을 보여준다.
‘독립운동가의 거리’ 반대편에는 충남도서관이 있다. 지난 2018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해외 유명 도서관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한다. 내부 역시 최신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고, 28만권의 장서를 보유했다.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며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었다.
홍성에는 광천 새우젓이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에 광산개발 등으로 만들어졌던 토굴을 이용해 저온 숙성하는 새우젓은 한 드럼 가격이 1500∼2000만원가량 하는 명품 중 명품이다. 광천 옹암포구 새우젓 단지를 찾으면 미로같이 이어진 토굴에 들어가 새우젓을 쇼핑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다와 한옥의 만남, 보령 상화원
상화원은 보령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상화원은 죽도라는 섬에 고택을 세우고 정원을 가꾼 관광지다. 한옥 기와지붕과 바다가 함께 보이는 독특한 풍광이 이곳의 특징이다. 원래 섬이었던 죽도는 간척사업을 통해 지금은 육지가 됐다.
상화원 탐방은 나무데크와 지붕이 있는 회랑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상화원은 고택이 중심이다. 화성관아, 고창읍성, 낙안읍성 동헌 등 다른 곳에 있던 옛 건물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를 골라 옮겨 지었다. 한옥 주변은 울창한 숲이며, 각각 테마가 있는 정원과 연못이 여럿이다.
숙박이 가능하며,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서 탐방객에게 떡과 음료를 무료로 준다.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보령의 새 여행지는 ‘우유창고’다. 이곳에는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보령우유 목장에서 운영하는 카페, 체험 공간, 포토스폿 등이 있다.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이 특히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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