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바꾼 산업지형도] 비대면 업종 훨훨, 전통 제조업 울상

네이버 19% · 카카오 32% 매출 증가…넷플릭스 등 OTT 이용경험률 11%↑
정유 최악 적자, 철강·조선 반등 모색…자동차도 수출난, 미래차로 도약 기대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은 정유4사는 지난해 5조 원대의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시현했다. 사진은 현대오일뱅크 제2고도화시설. 현대오일뱅크 제공

[오현승 기자]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산업지형도를 급속도로 바꿔놓았다. 이동 제한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원격수업 및 화상회의 등이 빠르게 자리잡은 게 대표적인 예다. 

 

 전방산업 위축으로 정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종은 수요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업종 역시 사업장 가동 중단, 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비즈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 1년여를 맞아 주요 업종의 변화상을 짚어봤다.

 

◆‘대세는 디지털’…ICT업종, 코로나19 최대 수혜

 비대면 업종은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ICT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게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3조7915억 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9.3% 늘었다. 카카오도 지난해 1~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5% 뛰었다. 아울러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존 서비스 외에 커머스, 금융, 모빌리티, 클라우드, 웹툰, 인증서비스, 인공지능(AI) 등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시장도 뜨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1년여 간 조사한 문화·여가 관련 2가지 국가승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OTT 이용 관람 경험은 38.8%로 전년 대비 11.4%포인트 증가했다. 현재 OTT 시장에선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에 이어 웨이브, 티빙, 시즌, U+모바일tv, 왓챠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처로 내식 수요가 늘면서 식품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해외 여행지 메뉴를 밀키트로 선보인 프레시지 ‘미씽 더 시티’ 시리즈. 프레시지 제공

◆식품업, 내식 수요 증가에 방긋…신재생업종, 성장 기대감 커져

 식품업계는 재택근무 증가, 등교 중단 등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등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밀키트는 HMR 범주에 속하지만, 외식과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고급 식재료 및 알찬 구성을 무기로 새로운 내식 문화를 이끌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가 지난 2018년 400억 원에서 지난해 1000억 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커졌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매출은 전년 대비 196.3%나 크게 늘었다. 내식 소비 증가와 맞물려 배달업, 물류업 및 제지업 역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업종은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그린 뉴딜’ 투자를 대대적 경기부양책의 핵심으로 꼽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오는 2034년까지 실제 전력발전 용량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현재 7.4%에서 25.8%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점도 호재다. 이달 취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인은 청정에너지분야에 4년 간 약 2조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업종도 전망이 밝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4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36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유망산업’을 조사한 결과, 31.9%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전경련 측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건강관리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고속성장을 내다보는 분위기다. 원격진료 등 비대면 중심의 헬스케어가 본격화되고,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문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원격진료의 경우 아직 국내 의료법상 의료기관 외 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경우 매년 10%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유업, 수요위축에 최악 적자…철강·조선·車, 올해 반등 노린다

 반면 경기 민감업종인 정유업종은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여행 중단 및 봉쇄 조치에 따라 원유제품 소비가 급감해서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4조 8074억 원에 달한다. 소비 회복이 더디자 정유 4사는 공장가동률을 지난 1월 83.8%에서 지난 10월 71.6%까지 낮춘 상태다. 향후 각국의 탄소 저감 정책 강화로 원유제품 수요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30년 대엔 석유 소비가 정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철강업도 지난해 상반기 전방산업의 위축에 따라 어려움을 맞았다. 포스코는 지난해 2분기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내기도 했다. 다만 각국 정부의 적극적 경기부양책, 백신 도입 및 접종 본격화 등의 호재에 힘입어 서서히 회복국면에 들어서는 형국이다. 조선업 역시 지난해 상반기 글로벌 주요 선주들의 수주가 끊기며 수주 가뭄에 시달리다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수주를 따내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공장 가동 중단 및 이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초 쌍용차를 시작으로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등 모든 완성차 업체의 공장 운영이 멈춰섰다. 지난해 1~11월 국내 완성차 업계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9% 급감한 171만 4702대에 머물렀다. 자동차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바뀐 소비자 지형에 주목하고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전동화, 공기청정 기능 기본 옵션화,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식이다. 업계는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 및 생산도 본격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차 수출액은 46억 달러로, 전년(33억 달러) 대비 39.9% 급증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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