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주민신협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는 대표적 신협 조합 중 하나다. 이 신협은 공간 제공, 협동조합 금융교육, 교육 프로그램 지원 및 별도의 사회공헌기금 운용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주민신협의 출발은 지난 1979년 12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지역 내 주민교회가 주민신협 설립의 중심역할을 했다. 조합원 47명, 출자금 4만 7800원으로 시작한 주민신협은 어느덧 자산규모가 4000억 원까지 늘었다. 현재 직원 수는 40명, 출자조합원 수는 1만 5000명에 이른다.
주민신협은 성남시의 역사와 성장을 함께 했다. 성남시는 1960~1970년대 서울의 빈민을 이주시킨 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철거민과 이주민에 더해 1990년대 들어서 외국인 노동자까지 몰려들었다. ‘다 같이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주민신협의 노력은 사회적 약자들의 의료, 교육, 돌봄, 일자리 문제 해결로 이어졌다.
이현배 주민신협 이사장은 6일 기자와 만나 “성남이라는 도시의 태생적 특징을 고려해 주민신협 설립 초기엔 노동자, 빈민층 및 외국인 노동자 등의 삶의 질을 향상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 같은 노력들이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영역을 키워나가는 데 중요한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인프라는 다소 열악했지만 오히려 이 같은 특징이 강한 연대, 협력 및 결속력을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주민신협은 신협의 정체성에 공간이라는 요소를 더해 사회적경제 모델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고 있다. 공간 운영을 통해 공존 및 공생 가치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주민신협은 본점 공간을 활용해 지역 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태평동에 소재한 본점은 지하 340평, 전체 건평 1450평(지하1층~5층) 규모인데, 주민신협은 숯골사랑협동조합, 바리스타협동조합, 의료생활협동조합 등 지역 협동조합에 본점 공간을 무상 또는 낮은 비용으로 임대해주며 지역 사회적경제조직의 성장을 돕고 있다.
한 예로 주민신협 1층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상상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건물 옥상엔 스포츠 사회적기업인 ‘크풋’을 지원하면서 지역 유소년의 스포츠활동 및 청년고용 창출을 지원한다. 주민신협이 임대료를 지원한 성남바리스타협동조합은 어느덧 지역 청소년, 경력단절 여성 등을 바리스타로 키워내는 요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주민신협 수내지점은 주민신협과 한살림협동조합이 함께 만든 공간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곳엔 신협 영업점이 건물 2층에 위치하고 1층엔 한살림협동조합, 3층엔 한살림교육공간 등이 소재해 있다. 특히 한살림협동조합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절감해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점에서 신협과 사회적경제조직 간 대표적 시너지 사례로 꼽힌다. 이 이사장은 “한살림협동조합 제품 결제를 신용카드가 아닌 신협체크카드로 대신하면 큰 폭의 수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이렇게 외부로 빠져나가는 돈(수수료)을 아끼면, 신협 정기예금에 대한 우대금리 제공, 금융거래에 따른 제반수수료 면제 및 한살림감사선물 등 조합원 혜택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민의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성남 시민주주 버스(시민버스)’도 주민신협이 함께 키워낸 모델 중 하나다. 주민신협은 시민버스에 저금리 대출을 실행하면서 시민버스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데 기여했다. 시민버스는 지역주민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했고 은퇴자를 버스 기사로 고용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주민신협은 여러 사회적 기업 주주들의 필요기금에 대해 신용대출을 지원하는 식으로 기업 성장을 꾸준히 유도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생산, 유통 및 금융이 하나의 복합협동조합 구조가 마을을 디자인하고, 또 이 모델 위에서 성남시에 일자리 창출 및 끊임없는 혁신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신협이 금융 부문에서 중심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경제 형태의 다양한 강소기업들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순환적 발전모델을 키워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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