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기자]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 확대와 우리 정부의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추진에 국내 면세점들도 손님맞이 채비에 나섰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1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 상승세를 보이던 각 면세점은 7월 외국인의 방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4월 면세점 판매(불변지수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51.6%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8년 5월(54.6%) 이후 2년 11개월 만의 최고 증가율이다. 상품군별로 보면 면세점에서는 신발 및 가방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08% 급증했다. 화장품 판매도 37.9%, 기타상품은 173% 각각 늘었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밝힌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5574억원 이상으로, 지난해 1월 2조247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롯데면세점은 방문객 증가를 대비해 최근 인터넷 면세점 사이트를 개편, 품절 상품 사전 예약 서비스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또 일반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전용관 도입도 준비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내 면세점에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그랜드 오픈’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비행 일정이 있는 날짜나 시간에만 일부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전날 온라인 멤버십 등급 선정 기준을 변경했다. 기존에 구매 금액에 따라 5단계로 나뉘었던 등급을 4단계로 축소하면서 구매합산 금액을 낮추는 대신 구매 일수를 추가한 것이 골자다. 예컨대 기존에는 2년간 5000달러 이상 구매해야 최상위 등급에 속했으나 앞으로는 2년간 4000달러 이상만 구매해도 최상위 등급이 된다. 다만 구매 일수가 4일 이상돼야 한다는 조건이 새롭게 생겼다.
신세계면세점은 자주 이용하는 고객을 우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9월 인터넷 면세점을 개편한다. 사용자경험(UI·UX)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이트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이달 초 인천공항면세점에 롱샴, 헬렌카민스키 등 이용객이 많이 찾는 브랜드를 추가로 입점시켰다. 동대문점과 무역센터점에도 인기 화장품 브랜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이 중단됐던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도 7개월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규사업자 경복궁면세점과 최종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4일부터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은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에 들어갔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트래블 버블 추진이 당장 큰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점차 해외여행 길이 열릴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면세업계는 정부가 중국산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 방침을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인은 국내 면세업계에서 ‘큰 손’으로 통하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발길이 뚝 끊어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월 20일 발표한 국내 외국인 방한 목적별 통계에서 중국인의 입국목적이 ‘관광’인 경우 올해 1월 455명, 2월 420명, 3월 1360명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월 39만2814명, 2020년 1월 39만3336명에 비해 ‘절벽’ 수준이다. 면세점 업계는 사드사태 이후 대량구매 상인들 중심의 매출 구조로 버텨 왔지만 이 수요마저 끊어지며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kw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