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계 전반에 ‘메타버스’ 열풍이 확장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요즘의 메타버스는 현실 속 공간을 가상에서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계관을 구현하는 분위기다.
초기에는 아바타를 활용한 ‘커뮤니티’ 기능에 충실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넘어 가상에서 획득한 보상을 현실의 서비스로 만나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다.
에버랜드는 이달 로블록스 기반의 ‘에버랜드 메타버스’를 구현했다. 로블록스에 접속해 버스를 타면 가상세계 속 에버랜드에 도착한다. 장미정원에서는 반딧불이를 잡을 수 있고, 티익스프레스를 필두로 에버랜드 내 유러피안 어드벤처의 주요 시설 10여 개를 즐길 수 있다. 사용자들끼리 물총싸움을 즐길 수도 있다.
에버랜드 측은 “이번 로블록스 메타버스 입점도 에버랜드의 세계관을 디지털로 확장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된 새로운 경험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나가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가족층 고객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한 MZ세대까지 아우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맵을 이동하며 꾸미기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존 메타버스와 달리 에버랜드 콘텐츠가 가진 재미 요소에 게임 방식을 포함해 흥미를 더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메타버스에서 특정 미션을 완료한 이용자들에게는 실제 놀이기구 우선탑승권, 상품교환권 등을 선물한다. 가상세계 속에서 이벤트에 참여해 현실 에버랜드에서 즐길 수 있는 실질적인 아이템을 받는 것이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A씨는 “에버랜드에 가고 싶어도 찾기 힘든 고객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에버랜드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게임을 하다보니 오랜만에 에버랜드에 직접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메타버스에서 T익스프레스를 탄 게 아직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실감난다”고 했다.
에버랜드 측은 “현실과 같은 공간 구성에 놀라워하고, 실제 놀이기구 대리 탑승 부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디지털 공간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의학계에서도 이를 활용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공무원연금공단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양·한방 건강상담에 나서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5월부터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건강상담을 운영, 기존 유튜브 등 일방적인 소통의 비대면 플랫폼의 한계를 개선해 참석자와 상호 간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희의료원 측은 “메타버스 건강상담은 10여 명의 인원을 사전에 예약받고, 한명씩 개인별 맞춤 상담으로 심도있게 상담한다”며 “아직은 생소한 메타버스 접속법부터 실제 사용법까지 개별적으로 안내해 원활한 상담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의료원은 뇌혈관질환 분야에서 저명한 최석근 경희의료원 홍보실장(신경외과 교수)은 ‘꼭! 주의해야 할 두통’을 주제로 첫 번째 메타버스 건강상담을 마쳤다. 이후 의료원은 이재동 경희대 한의대 학장(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비만센터 교수)을 주축으로 이수지·홍예진 교수와 한슬림 한방건강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달부터는 김선영 가정의학과 교수 등과 질환별 건강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접속하는 것부터 어렵게 느껴졌지만 사전에 안내를 통해 교육을 받고 진행되다보니 편했다”, “얼굴이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도 나만의 아바타를 꾸며 가상의 공간에서 건강상담을 편하게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최석근 실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떠오르며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열풍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의료 분야에서도 메타버스가 적용되며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희의료원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다른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 환자의 안전을 고려한 정교함과 정확성이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나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의료원은 네이버 제패토에서 운영 중인 ‘경희 놀이터’, 아트스텝스 ‘경희의료원 VR역사전시관’, 게더타운 ‘경희의료원 가상 컨벤션센터’ 등 3가지 메타버스 채널을 운영 중이다.
박형경 경희의료원 홍보팀장에 따르면 환자들은 시간적, 신체적, 심적 제약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 그는 이와 관련 메타버스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검증된 정보를 한 곳에서 편하게 찾고 전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톡톡한 역할을 한다.
박 팀장은 “이런 맥락에서 메타버스를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기능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면 탁월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글래드호텔은 최근 제페토에 ‘글래드 여의도 웨딩’ 월드를 선보였다. 글래드 여의도의 웨딩홀 블룸 홀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는 지난 3월 ‘메종 글래드 제주’ 월드 오픈에 이은 두번째 월드다.
신랑 신부 메인 포토존과 신부대기실, 미디어홀, 버진 로드 등을 실제와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글래드호텔은 지난 5월 16일부터 6월 17일까지 한달간 807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설문조사도 마쳤다. 이를 토대로 월드를 더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식음업계도 메타버스 세계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롯데GRS는 이달 내 롯데월드 디저트 제품들을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속 가상세계를 ‘랏츠 스낵타운’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메타버스 플랫폼 ‘ZEP(젭)’에 열린다. ▲랏츠테마파크 ▲감자밭 ▲롯캉스비치 ▲치즈목장 등 4개의 콘셉트 존으로 구성해 각 테마 구역별 체험 이벤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오픈에 앞서 롯데리아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입주민 모집 이벤트를 운영할 예정이며, 셀럽을 초청해 플랫폼 내 라이브 시식회 등 다채로운 볼거리들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랏츠타운을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양방향 소통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appy1@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