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토니 최 더밀 스튜디오 서울 대표 "쳇 GPT, 광고 제작 시장에 울림 주지만, 감성은 아직"

토니 최 더 밀 스튜디오 서울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권영준 기자
 

“챗 GPT가 과연 삼성 샐럭시 S22 울트라에 빠져드는 사랑스러운 거미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AI(인공지능)이 광고 제작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감성’을 담아내진 못할 겁니다.”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광고 촬영을 하면서 모델을 자세히 관찰도 하고, 질문도 많이해봤다. 그런데 반대로 이렇게 인터뷰이가 돼 보니 너무 어색하다. 국적도 호주 출신이라 말 주변도 없는데, 걱정이다”고 첫 인사를 건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고 광고 이야기를 풀어놓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술술 풀어놓는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를 이끄는 리더지만, 뼛 속까지 광고쟁이인 글로벌 시각특수효과(VFX) 및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인 ‘더 밀(The Mill) 스튜디오’의 서울 지사 토니 최(Tony Choi) 대표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만났다.

삼성 갤럭시xBTS, 현대브랜드 캠페인 영상, 아디다스x블랙핑크 등 누구나 한 번쯤 봤을 캠페인 영상은 모두 토니 최 대표의 손을 거쳤다. 1989년 아버지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간 후 평범한 법률사무소 직원이었던 토니 최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호주로 영화 촬영을 온 사람들을 만나며 영상 업계로 뛰어들었고, 이후 호주, 미국, 한국을 거치며 손에 꼽히는 광고쟁이로 우뚝 섰다. 토니 최 대표는 “30여년 동안 호주, 미국, 한국 등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동서양의 문화에 높은 이해도를 갖추는데 도움을 줬다”며 “글로벌 스튜디오 더밀이 한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허브로써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니 최 대표가 생각하는 광고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짧게는 6초, 길게는 15초라는 시간에 브랜드가 대중에게 전달하고 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제품 혹은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라며 “보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야 하고,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마치 연애하는 기분이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가장 기업에 남는 브랜드 캠페인은 제네시스 G70 프로젝트였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세운 제네시스는 ‘제네시스가 가지고 있는 Originality가 한국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보통 해외에서 론칭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진행한 바 있다. 토니 최 대표는 “광고는 물론 콜라보레이션 이벤트와 그웬 스테파니와 같은 해외 셀럽을 초청해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는데, 전반적인 과정을 다 참여했다”며 “이 프로젝트 이후 제네시스가 저가 브랜드로 인식됐던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챗GPT는 그에게도 관심사다. 그 역시 “챗GPT에 대한 이야기가 확실히 많이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영화 ‘데드풀’ 주연 배우이자 광고 대행사 맥시멈 에포트 대표이기도 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챗GPT를 활용해 광고 대본을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결과물을 지켜본 뒤 “간 무섭긴 하지만, 굉장히 설득력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했고, 이 영상은 전 세계 광고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토니 최 대표는 “사실 우리도 챗GPT를 영상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레퍼런스를 찾을때 활용하고 있다. 확실히 방대한 자료를 효과적으로 찾아줄 수 있는 시간이나 인력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라면서도 “다만 아직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가장 중요한 감성을 담아내진 못한다. 또 챗GPT를 활용해 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값이 같다면 비슷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디테일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가 처음 대두될 때와 비슷한 것 같다. 향후 영화에서 본 것처럼 AI가 대화도 하고, 판단을 하기 시작하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결국 기술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토니 최 대표는 ‘K-광고’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토니 최 대표는 “호주, 미국, 한국에서 활동하며 동서양의 문화를 모두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시장은 상당히 독특하다’라는 점을 느꼈다. 개성도 강하고, 상당히 진보적이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 및 습득이 굉장히 빠르다. 이러한 영향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로 삼으며 ‘한국 시장에서 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사견이지만, 한류가 할리우드보다 더 큰 시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 부분은 더밀 스튜디오 서울에게도 기회가 될 것 같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급속도로 바뀌는 변화에 대비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 시장을 넘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거점이자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