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후아힌(태국)=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egye.com ‘호캉스’ 열풍 이후 한국인의 해외 여행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 이용이 아닌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은 국가 보다는 숙소를 먼저 고르는 추세가 뚜렸하다. 숙소가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Destination hotel)’의 시대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 호캉스족은 새로 개관한 ‘신상 호텔’에 대한 정보가 유난히 빠르다. ‘거꾸로 달린 간판’으로 유명한 더 스탠더드 호텔은 한국인 호캉스족이 관심을 갖는 '핫한' 브랜드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처음 론칭한 더 스탠더드는 현재 뉴욕∙마이애미∙런던∙몰디브∙후아힌∙이비사∙방콕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 호텔을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리스본∙브뤼셀∙더블린∙두바이∙멕시코 등에도 오픈이 예정되어 있다.
더 스텐더드는 엔데믹 시대 호텔 산업 부흥을 이끌어낼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고 있다. 현존하는 그 어떤 호텔보다도 진보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문화적 요소를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이 호텔은 건물의 특징과 입지, 인접해 있는 시장을 분석해 맞춤형에 가깝게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기계적인 ‘브랜드 표준’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메리어트나 하얏트, 힐튼 등 기존 거대 글로벌 호텔 체인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이 회사가 아시아권의 핵심 업장으로 밀고 있는 방콕과 후아힌 두 곳의 호텔을 가봤다.
▲호텔 전체가 작품…스페인 천재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숨결
더 스탠더드 방콕 마하나콘 호텔은 독특한 외관의 랜드마크 건물인 킹 파워 마하나콘 빌딩(78층, 314m에 자리잡고 있는 5성급 호텔이다. 8가지 타입 155개의 객실과 6개의 다이닝 공간, 야외 수영장을 갖췄다.
이 호텔은 입구를 찾기 어렵다. 글자 위 아래를 뒤집어 써 놓은 조그만 간판을 지나 회전문에 들어서면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로비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한다. 1층은 컨시어지+벨 데스크+호텔 굿즈 샵이다. 사면에 거울을 배치해 초록빛 우주공간 같은 느낌이 드는 엘리베이터에 오른 순간, 거의 모든 투숙객이 셀피를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4층에 있는 로비는 작지만 화려하다. 체크인을 하는 리셉션 카운터 뒷 편에는 ‘마르코 브람빌라(Marco Brambilla)’의 비디오 작품인 ‘헤븐스 게이트(Heaven’s Gate)’가 설치되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이 작품은 마치 체크인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손님이 짜증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장치같다. 직원 뒷편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에 시선을 빼앗긴다. 체크인 데스크 맞은편 잠시 쉴 수 있는 소파 주위에도 온갖 아기자기한 오브제가 빼곡하다. 사진을 찍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호텔의 모든 공간은 스페인 천재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창조한 ‘작품’이다. 객실은 물론 호텔 로비, 엘리베이터, 복도, 레스토랑 구석 구석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독특한 모습의 옷장과 침대를 비롯한 모든 가구도 그가 직접 디자인 했다. 하이메 아욘은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대림미술관 전시 이후 국내 인지도가 높아진 작가다. 현대백화점과 협업해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 호평 받기도 했다. 그가 디자인한 바르셀로 토레 드 마드리드 호텔, 코펜하겐 SAS 로열 호텔 등도 유명하다.
모든 공간이 화려한 컬러로 가득하다. 모든 가구의 모서리 부분을 곡선으로 처리한 것이 특징. 럭셔리 자동차 업계에서 강조하는 덕목인 만지고 작동시킬때 느껴지는 ‘감성 품질’에도 신경쓴 모습이 곳 곳에서 보인다. 다른 호텔에서 보기 어려운 세심한 조명과 음향 설계 또한 편안함을 더해준다. 공사비 절감의 결과로 나오는 ‘싸구려∙가짜 같은 느낌’이 호텔 어디에도 없다.
객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홀 입구에는 고가의 호안 미로 작품이 무심하게 서있다. 객실 연결 엘리베이터는 1층과 로비를 연결하는 공용 엘리베이터와 다른 분위기의 붉은 빛으로 도배해 놨다. 객실로 향하는 복도는 아무나 막 찍어도 그냥 화보가 되는 마법의 공간이다. 목제 프레임의 거울과 붉은 카펫, 크림색 벽과 노란 조명이 뒤섞여 있다. 레트로 느낌이 훅∼나면서도 모던하고 감각적이다.
객실마다 커다란 옷장이 있는 것도 이 호텔의 특징이다. 스위트 객실에는 거의 붙박이장 수준의 옷장이 있다. 옷장 문을 열면 자동으로 조명이 들어오고 내부의 화려한 컬러가 드러난다. 숨바꼭질이 가능할 정도의 깊이다. 투숙 기간 내내 옷을 여러벌 갈아 입으며 사진 찍기를 즐기는 최근 투숙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듯 하다.
침대 헤드 보드 부분에 내장된 매쉬 타입의 커다란 조명은 실용적이고 아름답다. 수전과 욕조 역시 전체적인 디자인의 흐름을 따라간다.
객실은 물론 공용부와 레스토랑까지 실내 곳곳 눈 닿는 곳에는 반드시 온갖 형태와 크기의 거울이 있다. 실내가 넓어 보이는 효과는 기본이고 ‘거셀(거울 셀카)’ 마니아에게는 큰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역할도 한다.
야외 수영장과 GYM은 6층에 있다. 수영장은 딱 놀기 좋은 아담한 사이즈다. 어린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풀도 따로 마련해 놨다. GYM도 남다르다. 시커먼 테크노짐 제품만 늘어 놓은 보통 5성급 호텔과 다르게 크로스핏 계열의 운동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이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옹박의 나라’답게 무에타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놨다.
메인 레스토랑은 호텔 5층에 있는 더 스탠더드 그릴이다. 바닥재에 ‘돈을 발랐다.’ 수 십만개의 실제 미국 주화(페니)를 모자이크 타일처럼 붙여놨다. 자연 채광과 거울, ‘백제 무령 왕릉’같은 돔 형태 천장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미가 빼어나다. 조식은 이 레스토랑 바깥쪽 카페에서 먹을 수 있다. 뷔페가 아니라 단품을 주문하는 스타일. 메뉴판에 있는 것 다 시켜도 기본 가격에 포함이다.
호텔 투숙객은 마하나콘 타워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고층 빌딩 전망대와 다르게 360도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 아래층 레스토랑 Ojo도 호텔에서 운영한다. 유명 세프가 선보이는 정통 맥시코 음식을 끝내주는 차오프라야 강 낙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정글의 나무를 그대로 살린 건축…수영장 바닥 전체가 그래피티 작품
후아힌은 1911년 방콕과 남부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시작으로 1920년대 태국 왕가의 휴양지로 선택된 지역이다. 방콕 도심에서 차량으로 3시간 내외 거리에 있어 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말 휴양지 중 하나다.
더 스탠더드 리조트 후아힌은 지난 2021년 겨울 개관한 신축 리조트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에서 새 건물은 큰 가치가 있다. 오래된 건물에서 느끼기 어려운 쾌적함을 준다. 소품과 가구는 방콕 스탠더드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디자인이 적용된 고퀄리티 제품이다. 어디를 쳐다봐도 ‘예쁨’이 차고 넘친다.
대개의 신축 리조트는 나무가 다 자라지 않아 썰렁한 느낌이 단점이지만 이 리조트는 아늑하고 울창한 숲 속에 있다. 버려진 정글이던 리조트 부지에 자라던 큰 나무들을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건물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큰 나무는 넉넉한 그늘을 만들고 온갖 새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한다. 덕분에 투숙객은 새벽마다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리조트는 해변과 맞닿아 있지만 오션뷰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비밀의 숲을 지나면 갑자기 탁 트인 바다가 나오는’ 느낌을 살렸다. 울창한 정원을 따라 좁은 길을 걷다가 수영장과 바다가 나오면 대개의 한국인들은 ‘미친∼’ 하며 외마디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호텔 입구에는 건강한 맛의 주스를 즐길 수 있는 카페(The Juice Café )가 있다. 본인이 고른 재료를 직접 블랜더로 갈아 마실 수도 있다.
오픈 형태의 로비에는 리셉션 데스크와 휴식 공간이 있고 맞은편에 작은 굿즈 샵이 있다. 방 배정을 받고 정원을 가로질러 가면 잔디 광장에 거대한 나무가 서 있고 그 주변으로 타워 형태의 리조트 건물이 보인다.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타워형 객실은 더블 침대가 2개 들어가는 객실 등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어 가족단위 투숙객의 만족도가 높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스파와 짐, 빌라 지역이 나오고 가장 안쪽 해변과 맞닿은 곳에 레스토랑과 수영장이 있다. 더 스탠더드 후아힌은 178개의 객실과 21개의 빌라(풀빌라 포함)를 갖췄다. 정원을 따라 배치된 크고 작은 빌라 위층은 발코니 빌라, 아래는 스탠더드 풀빌라다. 아래 층 객실에는 풀장이 있고 2층은 테라스를 넓게 쓸 수 있는 구조다. 위 아래를 함께 빌리면 두 가족∙커플이 복층 독채를 쓸 수도 있다. 넓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빌라 여러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텐더드 룸과 빌라는 2마리까지 반려동물 동반 투숙이 가능하다.
휴양지 리조트의 심장인 수영장은 노란색을 메인컬러로 썼다. 귀엽고 경쾌한 느낌.
해변과 맞닿아 있는 풀 주변으로 키 큰 낙엽송 몇 그루가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풀 사이드 바닥을 장식한 흑백 문양은 그래피티 아티스트 ROSTARR 가 땡볕 아래서 한땀 한땀 직접 그린 거대한 작품이다. 이 수영장은 동쪽을 바라보는 해변과 접해 있어 일출 무렵이 가장 멋지다. 오후에는 무료 칵테일과 스낵도 제공한다. 호텔 앞 해변은 단독 사용하는 프라이빗 비치는 아니지만 적당히 조용하고 쾌적하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풍경이 크게 바뀐다.
메인 레스토랑 리도(Lido)는 이탈리안 베이스며, 조식 뷔페를 포함한 올 데이 다이닝 개념으로 운영한다. 매콤한 맛의 크랩&칠리 파스타가 특히 맛있다. 수영장 옆에 있는 풀 바 이름도 ‘리도 바’다. 우주에서 자라난 버섯 같은 독특한 지붕 모양이 인상적이다. 풀 바 주변으로 넉넉한 공간이 있고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쁘라카(Praça)는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운영하는 식당이다. 신선한 현지 식재료를 이용한 창의적인 음식을 낸다. 이 식당의 명물은 빙고 게임. 아름다운 여성 진행자가 분위기를 능숙하게 이끌어 간다.
후아힌은 야시장이 유명하다. 툭툭을 타고 15분 정도만 시내로 나가면 다양한 먹을 거리와 공예품 등을 파는 유명 야시장 2 곳을 방문할 수 있다.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크라상을 끝내주게 잘하는 예쁜 빵가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