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인구감소와 저성장, 일본처럼 ‘부동산 폭망’ 기폭제 되나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주택 단지 모습. 송정은 기자

 일본의 1990년∼200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을 우리가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에 4000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인구수 만으로 부동산 폭락 공포가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가구수다. 가구수 역시 2039년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는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즉, 2040년부터 인구수와 가구수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이로인한 주택시장의 가격하락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부동산 버블과 공통점, ‘초양극화’ 시대

 그래서 우리보다 30여년 앞서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한국의 사례를 비교하며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노력도 활발하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지난달 ‘한일 저성장 비교’ 보고서를 내고 30여년 전의 일본과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보고서는 한·일 양국이 과거와 현재 겪고 있는 저성장과 장기침체의 이유로 고령화, 과잉부채,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꼽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초양극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도 인구와 가구감소로 인한 부동산 초양극화 시대를 겪을 것”이라며 “즉, 매매가 잘되는 곳과 아닌 곳의 차이가 극명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현재 한국의 인구구조에서 젊은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46% 가량을 차지한다“며 “향후 20년 가량은 이들이 선호하는 타운맨션, 즉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부동산 가격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인구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는 시가가 됐다”며 “30년 가량 지났을 때 떨어지는 지역과 수요가 몰려서 올라가는 지역의 초양극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세제도의 존재·높은 환금성…일본과는 다르다

 하지만 인구·가구 감소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고, 오히려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 없다는 주장도 많다. 무엇보다 양국간에 큰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의 부동산 버블붕괴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IBK기업은행 보고서는 양국 사례의 차이점 중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측면을 꼽았다. 보고서는 “현재 서울 30평 아파트 가격은 1인당 소득(1인당 GRDP)의 약 30배”라며 “일본의 버블시기때는 집값이 1인당 소득 대비 60배였다”고 말했다. 한국 부동산 거품이 일본 버블경제 수준일 때보다는 크지 않다고 진단한 것이다. 

 

 또 한국만의 특수한 주택임대차 시스템인 전세제도가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는 하방지지선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주택 매매시 현금화 정도를 나타내는 환금성의 차이도 존재한다. 박원갑 위원은 “일본의 경우 2023년 부동산 시장 주택 환금성이 0.3%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5.5% 가량 된다”며 “특히 현재 한국의 MZ세대들이 선호하는 공간에 들어선 아파트는 평균보다 더 높은 환금성을 갖고 있기에 일본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공포조장은 지양해야

 일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대출 건전성’의 확보다.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 시장 특성 상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 혹은 강화 정책으로 시장은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일본이 부동산 버블 붕괴 후 대출에 대한 사후적 대책 마련으로 일을 더 키운 반면, 한국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IBK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주택대출 관련 규제가 미비한 가운데 부동산 버블로 금융권 위험이 노출되자, 금리인상, 총량규제 등 사후조치로 신용경색 발생했다”며 “한국은 2002년 LTV(담보 인정 비율) 도입 이후,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제도 도입을 통해 주택대출을 취급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에 닥칠 위험을 오직 ‘인구 감소’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도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인구보다는 정책이나 금리 등 다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충격 우려는 모두 ‘예상치’에 불과할 뿐 시점과 강도에 대한 깊은 논의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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