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W는 미니 최상위 포식자다.
예나지금이나 도로 위에 일컫는 말이 있다. 미니 작다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친다는 것이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우렁찬 배기음만으로 존재감을 증명한다. 1960대 전설적인 레이싱 선수 존 쿠퍼 웍스의 이름을 딴 미니의 고성능 차량이다.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선 노말모드나 에코모드로 조용히 달릴 수도 있다. 다만 소리는 낮춰도 고성능의 본능은 숨길 수 없다는 것이 JCW만의 매력이다. 탁 트인 도로에서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배기음부터 매력적인 ‘분노의 질주’가 시작된다.
미니 브랜드는 불황을 모른다. 올해 2월까지 미니는 국내에서 전년보다 50% 증가한 1298대(수입자동차협회 발표 기준)를 팔았다. 동 기간 수입 브랜드 전체 판매량이 23% 줄어든 상태에서 일군 쾌거다. 특히 소형 SUV 컨트리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컨트리맨은 2011년 처음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54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효자 모델이다.
기자는 최근 미니 컨트리맨 JCW(JCW ALL4)를 타고 도심을 비롯해 지방국도를 시승했다. 첫날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을 출발해 테헤란로, 우면산터널, 봉담과천로를 거쳐 경기도 화성을 이르는 왕복 약 106㎞ 구간이었다. 다음날에는 강남대로 및 남산 소월길 등 도심 위주로 왕복 41㎞를 주행했다.
◆JCW란 이름값
작고 가볍지만 뜨거운 심장을 지닌 녀석이다. 그래서 스프링처럼 튀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해치백과 클럽맨보단 무겁지만 미니만의 ‘고 카트’ 감성은 여기저기서 묻어났다. 공식 공차중량은 1685㎏으로 알려져있지만 직접 무게를 달아본 결과 그보다 가벼운 1675㎏이었다. 2.0ℓ로 306마력, 최대 토크 45.9kg·m를 뽑아내고 제로백은 5.1초에 끊는다. 즉, 달리기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스포츠모드로 스위치를 조절하면 그르렁거리는 맹수로 변신한다. 스포츠 구성하기 메뉴에서 구동장치와 서스펜션별로 스포티하고 다이내믹하게 맞춤 주행이 가능한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전동화 차량이 즐비하게 나오고 있는 시대지만 JCW만의 필링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니 마니아와 새로운 팬까지 모두 만족
미니는 유독 다른 차에 비해 감성적인 측면이 많다. 미니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다. 미니코리아 역시 2005년 상륙한 이래 꾸준히 팬층을 모아왔다. 특유의 고카트 필링은 여전하지만 대중화를 거치면서 한결 편리한 쪽으로 진화했고 사이즈도 상당히 넓어졌다.
매 세대 성공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독보적인 아이덴티티 역시 살아 숨 쉰다. 후미등 및 헤드레스트에 유니언잭 디자인을 비롯해 스티치 역시 센스 만점이다. 특히 다양한 메뉴들이 터치스크린 속으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주요 조작부는 스위치로 남겨져 있어서 비행기 조종사가 된 느낌이다. 다만 애플카플레이는 손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오토는 인식되지 않아 옥에 티였다.
운전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날렵한 주행 속에서도 출중한 핸들링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조절값에 최대치로 부합한다. 4륜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의 간극을 적정치로 맞춰준다. 강력하고 믿음직한 브레이크 성능 역시 달릴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넓고 다재다능한 컨트리맨…게다가 JCW
전장 4295㎜, 전폭 1820㎜, 전고 1555㎜, 휠베이스 2670㎜로 폭이 넓어 4인이 장거리로 이용하기에도 용이하고 5개의 풀 사이즈 시트를 준비해 5인도 충분히 편리하게 이동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50ℓ에서 40:20:40으로 폴딩 되는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390ℓ까지 확장된다. 가격은 미니 컨트리맨(4890만원)과 컨트리맨S(5650만원)보다 비싼 6550만원이다. 다만 최근 프로모션이 진행 중인 만큼 실구매가는 더 낮을 것으로 파악된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