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학과를 아시나요…김정연 교수가 그리는 펫산업의 미래

2022년 신설된 수도권 최초 일반대학 반려동물학과
미용·훈련 등 펫케어 전문 교육, 대학 교육과정서 배운다

김정연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 김두홍 기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반려동물 서비스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2015년 1조8994억원에서 2021년 3조7694억원까지 늘었다. 2027년에는 6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월 평균 반려동물 양육비용은 13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식품부터 돌봄, 훈련, 헬스케어, 장례까지 다양한 서비스군에서 인재 채용 수요가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바로 대학의 반려동물학과다. 해당 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론 교육과 체계적인 실습을 거쳐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 신입생을 모집한 대학은 50여곳에 달한다. 전공생은 애견미용사, 반려동물 행동교정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심리학을 복수전공해 동물 매개 치료사로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도 이러한 산업 동향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펫가구 1500만 시대 : 펫코노미 성장과 우리의 삶’을 주제로 ‘2024 월드펫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성장하는 미래산업의 인력양성소인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를 찾아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김정연 교수가 칼빈대 반려동물학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펫 산업의 이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해 설명해 볼 사람 있니?”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 기자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강의실을 방문했을 때 김정연 교수는 ‘펫 산업의 이해’라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문에 답하고 학생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정연 교수는 “동물을 다루는 학과로는 반려동물학과 외에 수의학과, 동물자원학과(옛 축산학과) 등이 있다”며 “동물자원학과가 산업동물 중심이라면 반려동물학과는 미용·훈련 등 펫케어 중심으로 교육 과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외국 전문가들도 한국 대학에서 반려동물 전공과정이 있다고 하면 놀라곤 한다”며 “사실 한국은 20년 전부터 미용·훈련 등 전문 교육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반려동물학과는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교육 과정이다.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의 경우 2022년부터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다. 수도권 최초의 4년제(일반대학) 반려동물학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 3학년까지 재학 중이며 2026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반려동물학과 20년 경력의 김정연 교수는 이 학교 초대 반려동물학과장으로 부임했다. 학생 선발에도 참여했다. 학년당 정원은 30명 내외다.

 

김정연 교수가 교수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김 교수는 2004년 애완동물관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지난 20여년간 트렌드가 많이 변화했음을 체감하고 있다. 우선 학과명부터 ‘애완’이 아닌 ‘반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지망하는 직업군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 교수는 “지금이야 반려동물 산업이 비전 있다고 여겨지지만 과거에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또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도 동물원 사육사에서 훈련사로 변화했다”고 귀띔했다.

 

반려동물 관련 자격이 국가자격증으로 지정되는 등 산업 지형도 바뀌고 있다.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동물보건사에 이어 올해 반려동물 행동교정사가 국가자격증으로 첫 시행된다. 관련자격증이 민간자격증에서 국가자격증으로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반려동물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2년동안 전공·교양과목을 이수하면서 1급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칼빈대 반려동물학과는 4년동안 이론과 실습을 충분히 교육받고 1급 자격증을 취득해 필드로 나갈 수 있게끔 지원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1~2학년 때 펫산업 관련 법규 등 공통과목을 배우며 인사이트를 넓히고 본인의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1학년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3차례 펫페어를 관람하며 느낀 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학년 때는 미용·훈련·창업 등 심화 과정을 거쳐 업계에 종사할 수 있는 전문 기술과 소양을 기른다.

 

김정연 교수가 반려견 금순이와 함께 교내 산책로를 걷고 있다. 김두홍 기자

강의실에는 학생이 직접 기르는 반려견 ‘레오’가 함께하고 있었다. 김 교수도 본인의 반려견 ‘금순이’와 함께 연구실에서 생활한다. 금순이는 의젓한 2살 골든 리트리버다. 김 교수는 “미용, 핸들링, 펫코디 등 반려견과 함께 하는 수업이 많다”며 “사정상 반려견을 키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 실습 때 금순이가 수업에 함께 하기도 한다”고 웃었다.

 

심화 과정 중 창업 부문에서는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조별로 모여 소자본으로 창업해 마케팅 과정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수업이 운영된다. 김 교수는 “미용·훈련·창업 등 전공 교수들의 지도 아래 동아리를 운영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선배와 후배간 멘토링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가장 강조하는 능력은 ‘응용’이다. 훈련 방법을 잘 아는 미용사라면 물림 사고 없이 강아지를 다룰 수 있다. 영양학·질병학 지식까지 탑재한다면 반려동물의 피부 상태를 보다 세심하게 케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다양한 이론·실습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김정연 교수와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김 교수는 “학생들이 반려동물학과에서 전문 지식을 배우고 관련 업종으로 진출함으로써 한국 반려동물 산업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 산업에서 학력과 전문성을 인정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