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의 그림자, 신뢰 잃은 금융권] 반복되는 금융사고 근본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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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의 구멍 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러 제도 개선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횡령·배임 등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는 도무지 그칠 줄 모른다.

 

 최근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선 30대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를 일으켰다. 이 은행에선 불과 2년 전 700억원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NH농협은행에선 지난 3월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터졌다. KB국민은행에선 올해 3월과 4월 각각 102억원, 273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드러났다. 지난해 경남은행에서 드러난 2988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도 금융권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횡령 사고 등에 따른 피해 발생 시 회수율은 극히 낮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은행권에선 1512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는데, 회수율은 9.1%에 그쳤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안일한 인식, 경영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일확천금을 꿈꾸는 일부 은행업 종사자의 한탕주의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래픽=권소화 기자

 금융당국의 경고도 좀처럼 약발이 듣지 않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월 은행장 간담회에서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행장님들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언급한 바 있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금융권 횡령과 배임 사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와 감사 시스템 강화는 물론이고, 윤리 교육과 함께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를 증진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권 교수는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사건 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거나 반복 횟수가 잦은 경우라면 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상시로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묘책이 될지 시선을 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화한 게 특징이다. 다음 달 3일부터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의 개정안이 시행된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횡령의 그림자, 신뢰 잃은 금융권’ 기획물을 통해 그간 은행권에서 발생한 주요 금융사고를 진단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짚어봤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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