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경영 선언 31주년 기념일에...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파업 선언에 따른 연가 투쟁에 돌입한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노조의 파업 투쟁 차량 위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 삼성전자 일부 노조 조합원들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단행했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7일 첫 연가 투쟁에 돌입했다. 이날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대변되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앞서 전삼노는 전국 사업장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파업 투쟁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전삼노는 2만8400여명이 조합원을 둔 사내 최대 노조로, 전체 직원(12만4800명)의 23%가 가입했다.

 

전삼노는 조합원을 상대로 연가 투쟁 동참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지만,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사상 첫 연가 투쟁이 조합원 자의에 의해 결정됐으면 하는 취지로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파업에도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전망이다. 전삼노는 조합원 대부분이 24시간 공장이 가동되는 반도체(DS) 사업부문 소속이다. 이번 연가 투쟁 참여 인원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날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여서 휴가를 계획헀던 직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생산 일정에 고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첫 파업으로 새로운 노사 관계 정립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원칙을 이어왔으나 이재용 회장이 2020년 5월 “삼성의 노사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이래 노조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치 임금 교섭을 병행 중이지만 입장 차가 커 교섭이 결렬된 상태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쟁의 행위를 예고했다. 전삼노는 “아직 소극적인 파업(연차 파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계를 밟아 나가 총파업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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