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강소 기업을 가다] 백년약방 옥지윤 대표, “저희는 게임회사 배울래요”

백년약방 옥지윤 대표(왼쪽)가 R&D센터에서 연구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egye.com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국내 산업계가 도전에 직면했다. 내수·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감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K뷰티가 각광을 받으면서 그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K뷰티 시장을 이끄는 전통 대기업뿐만 아니라 혁신·강소기업의 약진도 눈부시다. 그 가운데 ‘K뷰티 레트로 더마 브랜드’를 표방하는 ‘백년약방’은 실사용자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퍼졌다. 한국 정통 원료 및 민간요법 레시피를 현대 메커니즘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업이다. 

 

베터랩의 한방 더마 화장품 브랜드인 백년약방 옥지윤 대표(CEO)는 16일 “우리나라 한방의 헤리티지를 연결해보고 싶었던 욕심으로 백년약방이라는 브랜드를 내게 됐다”며 “우리나라에 근대 약방이 처음 들어왔던 시기가 약 100년 전이다. 디자인적으로도 100년 전의 무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마 브랜드인 백년약방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특허 원료인 ‘녹유(deer fat oil·사슴오일)’를 바탕으로 한 녹유 크림·앰플 라인업을 구축했다. 특히 주원료인 뉴질랜드산 식용 가능한 등급의 녹유를 4%나 아낌없이 담아 효과가 확실하다. 올드하고 효과가 미미했던 한방 더마 제품들 사이에 강자로 치고 오르고 있다. 여기에 전통과 감성을 꿰뚫은 차별화된 디자인 마케팅 역시 주효했다.

 

옥 대표는 “2018년부터 해당 브랜드를 기획했는데 정확히 1918년도에 우리나라 최초의 약학교가 생겼고 그즈음에 근대 약방이 생겨났다”며 “전통을 잇고 싶어 약방이라는 이름을 과감하게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년약방을 통해 100년 전에 생겼던 그 약방에서 우리나라의 정통 원료와 근대 과학 및 약학이 만난 역동적인 무드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녹유의 효능은 어느 정도일까. 녹유는 백년약방이 약 5년 동안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전 세계 유일한 특허 원료다. 여타 기름 성분의 코스메틱과는 차원이 다른 보습과 영양을 제공한다는 것이 옥 대표의 설명이다.

 

옥 대표는 “피부를 보호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것은 식물성보단 동물성”이라며 “조직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인데, 원시시대 때부터 사람들이 사냥을 하면 가죽으로 옷을 입고, 고기는 먹고 그 동물의 기름은 피부에 발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햇빛과 추위, 바람 등에서 야기되는 건조함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동물 기름을 발랐었다”며 “현재도 말, 달팽이, 악어, 뱀 등 동물의 기름 재료가 많다. 우리가 비건 클린뷰티 얘기를 해도 동물성 기름 원료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효능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년약방 옥지윤 대표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egye.com

 

녹유를 개발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연구소 대표의 친척이 사슴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사슴 기름을 자꾸 만지게 되자 피부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을 제안했고 실제로 각종 실험 결과 피부에 좋은 원료라고 판명이 났다.

 

녹유하면 기름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에 지성 혹은 여드름 피부를 가진 이들은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다. 옥 대표는 “끈적이거나 번들거리지 않는다”며 “녹유 라인업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바르면 충분한 피부 보습이 가능하다. 또 피부 톤 및 피부 결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남녀노소 사계절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건성피부 및 동계 전용 제품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피부에 적용이 가능하다. 옥 대표는 “트러블이 잘 생기거나 성인 여드름이신 분들은 유수분 밸런스 혹은 피부 장벽이 깨져서 문제일 수 있다. 또 그런 부분이 트러블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들이 있다”며 “그래서 피부 유수분 밸런스를 잘 맞춰주고 건강하게 피부 장벽을 맞춰주면 피부가 더 개선이 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응은 뜨겁다. 이커머스에서 그 어렵다는 5점 만점의 평점을 달리고 있다. 옥 대표는 “아마도 이런 브랜드가 없을 텐데, 리뷰가 5점 만점에 5점”이라며 “MD분들도 놀라고 계신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도 한 4.5점, 4.8점 이렇게 받고 있는데 저희가 5점 만점을 받고 있다”며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에는 4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뷰티 유튜버 채널에서 ‘녹유크림’이 소개돼 관심에 더욱 불이 붙었다. 옥 대표는 이 기세를 몰아 미국·유럽 및 중국시장을 겨냥 준비 중이다.

 

 

 

연구개발도 멈추지 않는다. 좋은 제품을 오래 팔고 싶은 옥 대표의 사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녹유 제품은 3세대 개발이 마무리 수순에 있다. 옥 대표는 “일단 향도 좀 더 개선이 됐고 항산화 효과 역시 더 높아졌다. 흡수력 또한 확실히 조금 더 개선이 됐다”고 자신했다.

 

녹유 외에 식물성 원료을 기반으로 한 제품도 있다. 병풀과 시카의 뒤를 이을 수 있는 한국의 정통 식물인 ‘자초(red root plant)’ 원료를 발굴했다. 민감성 피부를 위해 핑크 컬러 라인, 자운클렌저(촉촉한 이중세안템)와 자운솔루션(만능토너)도 선보이고 있다. 콧속에 답답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제품도 가을경 출시 예정이다.

 

밀집한 K뷰티시장에서 백년약방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에 코스메틱업체만 2만개 정도가 있고 제조업체만 3∼4000개에 이른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코스메틱의 강자인 이유다. 하지만 원료부터 직접 연구 개발하는 뷰티업체는 드물다. 백년약방은 녹유 및 자초 이외에도 획기적인 다양한 원료를 개발 중이다. 백년약방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저희는 게임 회사에서 배워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화장품은 보통 출시를 하면 더 이상 손을 안 대요. 근데 게임은 출시를 한 뒤에도 계속 지원을 해주잖아요. 그런 소프트웨어 회사의 느낌으로 지원을 계속 해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출시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오래 팔 거니까요.”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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