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해묵은 ‘보험료 카드납부’…22대 국회에선 해결될까?

 

 서울에 사는 김 모씨(50)는 최근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기 위해 문의를 했지만 달갑지 않아 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입했던 보험 대리점에 요청하니 담당 설계사에게 문의하라는 형식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설계사는 카드납부가 되는 보험사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한참 동안 답변을 미뤘다. 우여곡절 끝에 카드 보험료 납부 변경을 성공했지만 “카드납부가 이렇게까지 까다로운 일인가”에 대한 당혹스러움은 감출 수 없었다.

 

 신용카드로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했으나 ‘보험료 카드납부’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보험사와 상품마다 카드납부 방식이 제각각이고 카드납부 자체를 꺼리는 보험사도 있다. 카드납부를 신청하면 설계사가 번거로움에 거절하기도 하니 소비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 카드 결제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의 카드납 지수는 3.8%에 불과했다. 비싼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해야 하는 종신·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은 생보사들이 카드납부를 환영하기란 쉽지 않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아예 카드 납부가 불가하다. 손해보험사의 카드납 지수는 30.5%로 높지만, 대부분의 신용카드 납부가 비대면 가입률이 높은 자동차보험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카드납 지수가 바닥인 이유는 ‘수수료율’ 때문이다. 보험사는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카드사는 현행법에 따라 적정 수준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보험사들이 적용받는 카드 수수료율은 대형 가맹점 수준인 1.8~2.2%다. 보험업계는 수수료율이 1%대까지 떨어져야 보험료 카드 결제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보험료 신용카드 사용 제한이 소비자 권익을 제한한다는 점은 보험사도 공감하고 있지만, 장기 계약이 많고 월 보험료도 높은 생보사들은 형편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비 부담이 커져 보험료가 인상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어 수수료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대 수수료는 카드사의 업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카드사 업황은 현재 여신전문금융채 조달금리 상승과 낮은 가맹점 수수료로 최근 몇 년 동안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더불어 수수료율을 적격비용에 따라 책정하고 있는데다, 보험사에만 원가 이하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대형 가맹점과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입장차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여기에 ‘소비자’가 없다는 점이다. 편의점에서 사탕을 하나 사도 결제가 되는 시대에 매달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씩 내는 보험료의 카드 납부가 어려워 애꿎은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보험료 카드 납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국회가 번번이 나섰으나 소용은 없었다. 19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22대 국회에 들어서도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료 카드납부를 허용하지 않는 보험사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료 결제는 현금 또는 신용·직불·선불카드로 납부 가능,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 카드결제를 이유로 불리한 대우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이 포함됐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이번에도 수수료 체계가 조정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 사이 소비자의 불편함은 계속 커진다. 해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선 업계 간 양보로 합의를 하거나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한 결과를 도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