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PPL·코스메틱 연타석 홈런…웰메이드코리아 송관용 대표

웰메이드코리아 송관용 대표는 인생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PPL과 코스메틱계에 연달아 진출하면서 연타석 홈런을 친 장본인이다. 사진=웰메이드코리아 제공

 

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굴지의 방송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 회사 수장으로 거듭났다. PPL 전문 광고대행사 웰메이드코리아 송관용 대표는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바닥부터 시작해 산전수전을 겪으며 PPL계에서 명함을 내밀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이 됐다. 코스메틱 사업에도 진출해 연타석 홈런을 친 장본인이다.

 

송 대표가 삼성전자에 입사할 당시인 1995년도엔 요즘보다 취업이 수월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1997년 IMF가 찾아오고 얘기가 달라졌다. 대한민국 경제가 한순간에 어려워지면서 줄퇴사가 이어졌고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회사도 많았다. 당시 삼성전자의 가정용 컴퓨터 브랜드인 ‘알라딘’ 사업부 소속이었던 송 대표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소위 안전한 직군에 속했다. 하지만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았고 입사 9년 차에 퇴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세상은 넓고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온라인 광고계에 노크하다

 

당시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전무했다. 삼성맨으로서 IT 직군이었던 송 대표는 특기를 십분 발휘해 온라인 광고계의 매커니즘을 빠르게 간파했다. 그때 광고는 라디오·신문·방송이 전부였던 시절이었고 제품 브랜딩에 있어서 온라인시장이 지금처럼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전략은 남달랐다. 미디어와 셀럽들을 접목하면서 자연스러운 바이럴 마케팅이 가능했다. 요즘 셀럽은 유튜버를 포함해 인플루언서까지 범위가 넓어졌지만 당시엔 유명인사 즉, 배우·방송인·모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또 지금처럼 SNS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아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 위주의 홍보가 주효하던 시절이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대중은 유명인들이 직접 상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매욕을 자극받았다.

 

송 대표는 “제가 컴퓨터 쪽에서 배웠던 것들을 온라인 쪽 제품 브랜딩에 활용하게 된 것”이라며 “포털사이트에 있는 블로그와 커뮤니티 위주로 홍보했고 저비용·고효율의 효과를 가져다주게 됐다”고 돌아봤다.

 

◆PPL 분야로 더 깊게 뛰어들다

 

셀럽들의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해외에서 보편화한 PPL의 세계로 노선을 확장한 것이다. 2011년도 웰메이드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헛된 경험 없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바이럴 마케팅으로 배운 것들 모두가 자양분이 됐다. 삼성전자 퇴사 이후 매니지먼트에서 일했던 경력도 있었는데 엔터테인먼트계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중간에 크고 작은 실패와 사기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업을 넓혀갔다.

 

현재 송 대표는 KBS 전체 드라마의 무려 90%를 담당할 정도로 주요 PPL 광고 대행사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PPL 광고 대행사 가운데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의 다양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KBS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PPL은 효과 만점이다. 기업의 제품을 콘텐츠 내용 중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한다. 콘텐츠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광고주로서는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무분별 한 PPL은 집중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기준이 존재한다. 송 대표는 “에피소드를 넣을 때 PPL 멘트는 5초 안에 완료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등록이 가능하고 송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요즘엔 TV에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광고를 보면서 특정 시간대를 기다리지 않는다. 따라서 프로그램 전후에 등장하는 광고 효과가 전에 비해 급격히 퇴색하고 PPL의 시대가 열렸다.

 

그럼에도 만족은 없다. 단발성이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송 대표는 “극 중 PPL이 한번 등장한뒤 치워버리면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며 “이를 꾸준히 콘텐츠 내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광고시장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웰메이드생활건강 경기도 화성공장의 전경. 사진=웰메이드코리아 제공

 

◆코스메틱에 대한 도전까지

 

송 대표는 웰메이드코리아를 설립했던 같은 해 공동 브랜드로 이든(IDUNN) 화장품을 론칭하고 워터드롭 수분크림을 내놓으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젊음의 여신 이든이 황금사과나무를 가꿔 지친 신들에게 사과를 줘 젊음을 부여하는 스토리 라인을 짰다.

 

해당 제품은 입소문을 탔고 대한민국에 수분크림의 열풍을 불러왔다. 이후 2013년에는 기능을 개선한 워터드롭 수분크림 시즌2를 내놔 쿠팡에서 대용량 수분크림 부문 판매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집에 한 통씩 구비하는 ‘국민 수분크림’으로의 성장이 마지막 지향점이다. 

 

대박을 칠 수 있던 비결은 독특한 판매 비법도 한몫했다. 최근엔 K-코스메틱 효과로 중소기업 화장품도 각광을 받고 있지만 당시엔 대기업 제품 외엔 불신이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성을 둬야 했다. 송 대표는 “무조건 일주일 동안 써보고 안 맞으면 반품해주는 정책을 썼다”며 “본인 피부와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100% 반품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돌아봤다.

 

놀랍게도 반품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이러한 고객 위주 정책은 삼성 시절 뼛속 깊이 고객 감동에 대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삼성에 있을 때 고객 만족과 관련된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웃었다.

 

특히 마케팅의 귀재답게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유명 셀럽들이 라이브 방송에 등장하는 홍보방식은 입소문의 원천이었다. 특히 연예인이 화장품 사진만 들고 인증샷을 찍는 게 아닌, 직접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든(IDUNN) 화장품의 스테디셀러 워터드롭 수분크림 홍보를 위해 셀럽들이 라이브커머스에 실사용기를 올린 모습. 사진=웰메이드코리아 제공
 

 

송 대표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진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전부 노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맛있는 식당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며 “요즘엔 산골에 식당이 있어도 홍보만 잘 되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도 코스메틱과 PPL 분야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잡고 있다. 2021년에는 수분크림 프리미엄 시즌3를 통해 일본과 미국 수출에 성공했다. 최근 전세계에 불고 있는 K-코스메틱의 저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역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탈리아 명품 캐리어 피콰드로, 코스메틱 에포나·아라리디아 브랜딩을 비롯해 각종 PPL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이든 스킨케어 6종 라인까지 출시하면서 쉴 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묻자 그는 “코스메틱 쪽으로는 이든 제품을 한 집에 한 개씩 갖고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PPL 쪽으로는 좀 더 내실이 튼튼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업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PPL 업계와 관련해 “업체가 약속을 안 지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전 기본 약속을 포함해 한 가지라도 더 해드리는 게 목표”라는 성실한 답변을 내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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