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5년 만에 개편을 추진하는 상속·증여세와 세수결손에 큰 영향을 미친 법인세에 대해 각계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러 업권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이번 세제개편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업상속·승계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현재 중소기업,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의 가업상속 공제 한도는 최대 600억원이다. 정부는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은 1200억원으로,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기업은 공제한도를 없앤다는 방안이다.
유 교수는 “밸류업·스케일업이 가능한, 상장된 중소기업은 극히 적어 밸류업하고 관계성이 낮다”며 “(밸류업 우수기업은) 배당을 업종 평균보다 많이 주는 것으로 배당을 많이 줘서 주주들한테 혜택이 가려면 지분이 상장된 회사여야 한다는 건데, 중견기업이 타깃이라고 밖에 안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케일업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 대상인데 중소기업이 R&D 투자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이 역시 R&D 투자가 가능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이 주요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가업상속 공제 한도를 1200억원으로 올린 것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큼 그 회사의 자산이 내 것이다. 근데 그걸 가업 상속으로 빼주겠다는 것으로 주주한테는 혜택이 없다”며 “즉,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물리겠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와 반대로 법인세와 상속세는 여전히 높다는 의견을 내며 기업경쟁력 제고와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 관련 세제의 대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및 공제 한도 상향 부분에서 대기업이 제외돼 기업 입장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뿐만 아니라 중국(25.0%), 대만(20.0%), 싱가포르(17.0%), 홍콩(16.5%) 등 아시아 경쟁국들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현행 법인세는 R&D 및 시설투자 세제지원이 부족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은 21%로 3%포인트 인하하고 일반 R&D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0~2%인 것을 10%로 확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속세율과 과세표준은 24년째 그대로지만 상속세 과세인원은 20년 전보다 약 12배 이상 늘어 중산층도 그 대상이 되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고액 자산가들만 내던 상속세가 20년 새 중산층도 낼 수 있는 세금이 돼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밸류업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주환원 증가액 중 5% 초과분에 대해 5%의 법인 세액(직전 3년 평균 대비)을 공제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22년, 2023년에도 세법개정을 통해 재벌기업 해외 자회사 배당금 법인세 비과세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완화 등 재벌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줬다고 비판했다.
오세형 경실련 금융정책팀 부장은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 “상속세 납부 대상 비율을 보면 95% 이상이 상속세 대상이 아니다”며 “소수를 위한 세제안으로 정도의 수준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위별 상속세 가액대비 실효세율 분석’을 보면, 지난해 극 최상위 0.03%(100명)가 전체 상속세 59.6%를 납부했고 상위 1%(3590명)가 전체 상속세 납부액의 89.1%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