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자제품 전문점 왕좌를 지켜왔던 롯데하이마트의 시장 영향력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2년 전 삼성전자판매에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긴 데 이어 이젠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에도 따라잡힐 처지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턱걸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엔 또다시 13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남창희 대표가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개선을 이끌지 시선이 쏠린다.
◆‘빅4’ 중 3위 추락 위기 처한 롯데하이마트…시장점유율 30%도 붕괴
23일 주요 전자제품 전문점의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제품 전문점 ‘빅4’ 가운데 삼성스토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판매는 시장점유율 37.0%로 2년째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지난해(33.8%)보다 시장점유율이 3.2%포인트 상승했다.
다음은 롯데하이마트(29.1%), 하이프라자(27.2%), 전자랜드(6.7%) 순이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1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33.7%를 기록하며 업계 1위 사업자였다. 하지만 이듬해 시장점유율이 32.7%로 하락하며 삼성전자판매에 1위를 빼앗겼다. 지난해엔 시장점유율(29.1%) 30%대도 유지하지 못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하이프라자의 거센 추격까지 받고 있다. 하이프라자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25.7%, 2022년 26.4%, 지난해 27.2%로 완만한 상승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이프라자의 매출은 1조1115억원으로 롯데하이마트(1조1144억원)와 29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매출 3조3368억원을 기록했지만, 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87년 창사 이래 첫 적자였다. 지난해엔 간신히 흑자(82억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은 1년 새 21.8%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실적이 좋지 않다.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1조1144억원)은 전년 동기(1조3057억원) 대비 14.7% 감소한 규모다. 오프라인(1조5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0.7% 매출이 줄었다. 온라인(1090억원)은 39.2%나 급감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중 64개 영업점이 문을 닫은 점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133억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2위를 넘보는 하이프라자의 적자액(46억원)보다 훨씬 영업손실액이 컸다.
올해 초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이 재조명된 데다 이커머스 혁신이 미뤄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 경기둔화 및 입주물량 위축으로 입주물량이 줄고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한 점도 가전 신규 수요를 제약했다는 분석이다.
◆“점포 혁신·홈 케어·PB 리뉴얼로 돌파구”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도한 전략 과제가 중장기 사업방향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줬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우선 지난해 론칭한 ‘홈 만능해결 서비스’ 실적이 50%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중 보험, 클리닝, 이전설치, 수리 등 주요 서비스의 월평균 매출신장률은 각각 143%, 20%, 91%, 16%를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구매주기가 길고 경기변동에 민감한 가전 유통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비자의 방문빈도를 확대할 수 있는 평생 케어 상담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스토어 포맷을 혁신한 결과 올 상반기 리뉴얼 점포 68개의 매출이 6.5% 늘었다. 신규 출점한 점포 2개의 점당 월매출은 기존점 대비 2.9배 수준인 1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매년 50개 안팎의 점포를 고객 및 상권에 특화해 리뉴얼한다는 방침이다. 롯데하이마트는 PB 리뉴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예로 이 회사가 지난 5월 출시한 245ℓ짜리 냉장고는 PB 상품임에도 출시 54일 만에 총 1만대가 팔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가전 교체 수요가 줄어든 데다 소형 가전 수요마저 이커머스로 빠져나가는 추세”라면서 “롯데하이마트는 록인(lock-in)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전 케어 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