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유세 논란] 전문가들 “도입 시기상조, 소탐대실 우려”

- 국내 양육 가구 전체의 15%뿐
- 농촌 더 많고 취약층도 다수
- 유기 발생 80% 시골 마당견
- 관리 예산도 부가세로도 충분
- 동물등록제 등 정착 우선해야

그래픽 반려동물 가구 구성비 및 동물보호 복지제도 인지도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산업계와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찬성 견해인 쪽에서는 책임감이 늘어 반려견 유기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세금 저항으로 오히려 버려지는 반려견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국내 반려문화와 양육인구 비중을 봤을 때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과 김정연 칼빈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 역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전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제도가 정착되고 성숙한 반려문화를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려동물 양육가구, 전체의 15% 불과

 

 이 회장은 현시점에서 반려동물 보유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중을 꼽았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뜻의 ‘펫팸족’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 양육 가정 비중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020년 기준 300만 가구로 전체의 15% 수준이었다.

 

 이 회장은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해 독일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독일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전체의 56%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현 시점에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 조사를 보면 도시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13.8%, 농촌은 18.8%로 나타난다”며 “농촌 어르신 중에 취약계층이 많은데 보유세를 강제하면 유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김 교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야 반려문화가 성장하고 산업도 커지는데, 현재 산업이 성장·세분화하는 과정에서 보유세까지 도입되면 키우는 사람이 늘어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유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유기동물 대부분이 가정이 아닌 야생에서 발생한다고 전했다.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머무르는 강아지들의 모습. 뉴시스

 ◆유기동물 대부분은 가정 아닌 야생에서 발생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으로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게 됨으로써 유기동물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찬성 측 논리다. 또 확보된 재원을 반려동물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유기동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유기동물 발생현황을 보면 80%는 시골 마당에서 키우는 개”라며 “유기견 보호소에도 품종견은 10% 수준이며 대부분이 믹스견”이라고 설명했다. 유기동물 발생은 반려동물과 큰 관련이 없는데 보유세를 걷어 유기견 보호 기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 회장은 또 “유기동물 관리에 연 400억원이 들어가는데, 이는 반려인들이 내는 부가세로도 해결된다”고 언급했다. 반려동물 산업계에서 소득세와 각종 등록세, 면허세를 내고 있으며 이를 제외하더라도 반려견 용품 구매, 미용 등 부가세로 연 8000억원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걷은 세금은 대부분 일반 목적으로 쓰이지, 산업 발전을 위해 쓰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보유세에 대한 저항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줄면 산업이 위축돼 기존 세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캠페인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않는 성숙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세금으로 해결한다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정책부터 정착시켜야

 

 반려동물 보유세에 앞서 반려동물 등록제 등 이미 시행 중인 제도부터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부터 시행된 반려동물 등록제에 따라 보호자는 3만~5만원을 내고 내·외장형 식별장치를 반려견에게 이식 또는 장착해야 한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반려견을 등록했다는 응답은 76.4%에 그쳤다. 동물 등록제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63.6%였다.

 

 김 교수는 “동물 등록제 등 여러 가지 제도가 안정화된다면 다른 발전적인 정책을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등록제 시행으로 반려인들은 사실상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등록제 의무화에도 여전히 100%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존 제도가 정착하지 않은 가운데 최근 경기도 좋지 않다”며 “보유세를 걷는다면 어디에 어떻게 쓸 계획인지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요즘 물가 상승 등으로 유럽에서도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해 독일의 경우 연 50만 마리까지 늘어났다”며 “또 유럽의 경우 반려견의 공공장소, 대중교통 이용이 자유롭지만 우리나라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문화적으로 다른데도 세금을 낸다고 우리나라도 같은 혜택을 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해결해야 할 게 많아 문제가 복잡하다”며 “반려동물 보유세는 소탐대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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