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너지를 바탕으로 SK온은 글로벌 배터리·트레이딩 회사로 거듭날 것.”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일환으로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을 흡수 합병했다. 이에 유정준 SK온 대표이사가 3일 전체 구성원에게 최고경영자(CEO) 레터를 보내며 도약을 다짐하고 또 독려했다.
2021년 말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은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평가받으며 출범 이후 3년간 20조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SK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특히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며 누적 적자 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겼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SK온이 4일 발표 예정인 올해 3분기 경영실적에서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온이 지난해 영업이익 4802억원을 달성한 SKTI를 품었다. 그동안 원유·석유 제품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창출한 SKTI는 이번 합병으로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배터리 핵심 광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제조 원가에서 원재료 비중이 60∼70%에 이르기에 원소재 조달 역량이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 6월 위기의 SK온에 소방수로 부임한 유 대표이사가 2008년 SK에너지인터내셔널 초대 법인 대표로 트레이딩 사업을 이끈 경험이 있다는 점은 이번 합병의 효과를 기대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는 CEO 레터에서 “SK온과 SKTI가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해 배터리 사업에서는 원소재 소싱 경쟁력을 제고해 제품 원가를 개선하고, 트레이딩 사업은 기존 석유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이사는 각 사업 특성에 따라 사내 독립 기업(CIC) 형태의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따로 또 같이 시너지를 내며 소통·협력해 각자의 자리에서 성과 창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이번 합병은 SK온의 흑자 전환을 꾀하는 ‘유정준 리더십’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1조원 규모의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는 SKTI 흡수합병과 더불어 SK온의 재무 구조 개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내년 2월에는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자회사 SK엔텀(원유·석유 제품 저장 및 입·출하 관리업체)과의 합병도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에서 날아올 낭보도 기대한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두 곳의 단독 공장을 운영 중으로, 이달부터 현대자동차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현지 생산 확대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확대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내년 포드·현대차와의 합작공장 가동 역시 앞두고 있다. 유 대표이사는 SK온 부임 전 SK미주대외협력총괄을 지낸 인물로 그룹 내에서는 ‘북미 전문가’로 불린다.
한편 SK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으로 SK E&S를 흡수 합병한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에너지기업 1위로 등극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