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의 절반이 지나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호의 경제 성적표는 어떨까. 국내 경제는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수출이 부진하면서 역성장하고 있다. 재정 성적표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0조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나면서 보전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서민 경제도 팍팍해졌다.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물가도 고공행진 하면서 가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3분기 성장률 고작 0.1%…돈 없는 재정당국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을 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8월에 예상한 0.5%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마저 부진한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제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미국 대선 이후 무역 장벽이 높아져 경제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재정당국이 예산을 확대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 이미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이 투입했고, 올해에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도 국세 수입을 378조5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내년 세입예산안 382조4000억원 대비해 3조9000억원 부족하다. 예정처의 분석이 맞다면 내년 국세 세입도 4조원가량 부족하다.
이로써 3년 연속 결손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보다 6조4000억원 부족한 규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 장관으로서 4년간 세수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
구멍 난 국가 재정 못지않게 서민들의 살림도 팍팍해졌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가계대출은 연일 금융권의 화두다.
지난달 30일 기준 10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약 6조원 증가했다. 지난 8월 9조8000억원이 늘어 3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던 가계대출은 9월엔 5조2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은 지난 4월(4조4346억원)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7월(7조1660억원), 8월(9조6259억원)에 역대급 광풍을 보여주기도 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730조9671억원) 대비 1조1141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1월 3조원이 늘어난 이후 2년11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대출 확대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겼다고 봤다. 정부 출범 이후 특례보금자리론 및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제 완화 등 가계대출을 유도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놨다. 그 결과 주담대가 폭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디딤돌대출 규모는 22조원대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7배가량 늘어났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 신청액은 지난달에만 10조원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관계부처의 오락가락 행보도 문제로 지적된다. 은행권의 대출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대출 규제 관련 엇박자로 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해 가계부채 급증세를 초반에 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출 관리에서 정부의 엇박자가 연이어 발생해 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고물가도 서민들의 삶을 고되게 만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흑자액(실질 기준)은 월평균 100만9456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02만7293원)보다 1만7837원(1.7%) 감소했다. 2022년 3분기(-11.8%) 이후 8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역대 최장 기간 감소 흐름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진 서민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물가 영향을 제거하고 실질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올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줄며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내수 회복 기대감에도 승용차·가전제품 등 소비가 침체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나 소비가 회복으로 보기는 어려운 지표가 여전히 많다”며 “전망에서도 상방 요인보다는 하방 요인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소비심리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만 하고 있다. 서민들의 현실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유은정·최정서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