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 52시간 제외’ 반도체특별법 당론 추진에…野, “법통과가 먼저, 근로시간은 추후 논의”

국힘, 반도체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면제)’ 조항 담아
민주, ‘적시 지원’, ‘전폭 지원’, ‘계속 지원’ 3대 원칙 강조…"근로시간은 추후 논의"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오현승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에 연구개발(R&D) 업무 종사자에게 주 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 상한을 없애는 내용을 포함시키면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시간 족쇄를 풀자는 취지인데,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을 늘려선 기술 향상 및 생산력 제고 효과를 거둘지 의문을 품는 시선도 많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추진하되 근로시간 등은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반도체특별법 당론 추진…‘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포함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추진 중인 이 법안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특별법은 ▲대통령 소속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5년 단위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의무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성장,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회계의 설치·운용 근거 마련 ▲정부의 반도체 위탁생산 산업발전 등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시책 수립·시행 및 보조금 등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R&D 업무 종사자에게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예외로 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면제)’ 조항을 두고선 이견이 오간다. 이철규 의원 안엔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중 당사자 간에 서면 합의하면 ‘근로기준법’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반도체 핵심 기술인재들이 R&D에 매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을 없애야 한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 4일 같은 당 고동진 의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R&D업무 등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규제 적용제외’ 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운영 중이지만, 연장 근로시간에 별도의 제한이 없다. 일본은 지난 2019년부터 ‘고도(高度) 전문직 제도’를 시행해 R&D 등에 종사하는 고소득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없앴다.

 

 ◆김태년 “법 통과가 우선…근로시간 등은 국회 특위서 논의 가능”

 

 더불어민주당도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도입을 중심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통해 “국민의힘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 반도체 산업은 주 52시간 제한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라면서 “근로시간과 임금 문제는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일이다.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국회 특위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적시 지원’, ‘전폭 지원’, ‘계속 지원’이란 3대 지원 원칙을 바탕으로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 해제 추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5일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를 규탄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현실적으로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미 주말 특근과 연장 근무를 강요받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시간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을 더 늘리려는 시도는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삼노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원인을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에서 찾기보다는 경영진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