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건설사의 대내외 미수금이 올해 3분기 기준 17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수금 액수가 지난해보다 증가한 업체가 다섯 곳이나 돼 새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10위권 건설사 가운데 미수금 내역(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 매출채권 등)을 공개한 9개 건설사의 해당 금액이 총 17조63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16조9336억원)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미수금 규모가 가장 크다. 공사미수금 4조909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3조3233억원)보다 47.7% 증가했다. 분양미수금은 1967억원으로 나타나 지난해 말(1066억원)보다 84.5% 늘어났다. 해당 기간 공사 및 분양 미수금 합산액은 5조1066억원으로 1.4배(48.9%) 불어났다. 대우건설은 공사·분양 미수금에 매출채권액까지 더하면 2조5344억원으로 나타나 36.6% 증가했다.
그다음으로 22.0% 늘어난 2조2307억원의 현대엔지니어링, 11.6% 증가한 1조3515억원의 포스코E&C, 8.5% 늘어난 1조5625억원의 롯데건설 순이었다.
반면 미수금을 줄인 업체들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공사미수금을 59.5% 줄여 4013억원이 됐다. 삼성물산은 30.2% 줄어든 1조7946억원, GS건설은 29.3% 감소한 1조9901억원, HDC현대산업개발은 19.2% 줄인 6428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국내가 아닌 해외 공사다. 국내 공사의 경우 미수금은 수금이 약정돼 있고 수주 실적이 높을수록 수치상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문젯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해외 미수금은 악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사 이후에도 장기간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최근 현지 정세나 경제상황이 악화해 공사 대금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우건설이 2012년 쿠웨이트에서 수주했던 정유공장 사업은 공사를 완료했지만 미수금이 124억원에 달한다. SK에코플랜트 역시 2011년 파나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으로 공사를 완료했지만 39억원을 받지 못해 대손 충당금으로 손실 처리했다. 현대건설은 2019년 첫 삽을 푼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가 현재 99% 완료됐지만 미수금 50억원이 남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외에서 미수금이 발생하고 있지만 공사 매출이 있어 크게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수금이 불어난 상황에서 각종 정세까지 어려워지는 상황에 부닥친다면 신사업 및 월급 정산 등 돈줄의 흐름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