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브랜드 아파트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희소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주택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전체 1순위 청약자 131만7774명 중 약 61%(80만2888명)가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에 청약했다. 아울러 부동산R114와 한국리서치 공동 ‘2024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 결과 응답자의 91.3%는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특히 최근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선 ‘고급화’, ‘차별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대형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들은 주거 선호도가 높은 핵심 입지에 조성되고 다양한 주거 서비스가 제공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 9월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전국 10~50대 남녀 1만6710명을 대상으로 ‘2024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32.5%가 하이엔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이유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꼽았다. 장준혁 다방 마케팅실 실장은 “하이엔드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20·30세대 등 젊은 층에서도 고급 단지에 대한 니즈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건설사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재개발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 10대 건설사 중 7곳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디에이치)·대우건설(푸르지오 써밋)·DL이앤씨(아크로)·롯데건설(르엘)에 이어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SK에코플랜트(드파인) 등도 최근 하이엔드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브랜드 재단장 과정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를 검토했지만, ‘자이’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상의 GS건설 도시정비기획 담당은 “이미 자이 브랜드에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고, 2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면 하이엔드 브랜드 외의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외면받거나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비슷한 이유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이파크 자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론칭했으며, 현재도 프리미엄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하기에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단일 브랜드 전략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따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하진 않았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에 분양한 단지에 ‘원베일리’, ‘원펜타스’ 등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 뒤에 ‘원’을 붙이는 펫네임(Pet name·별칭)을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희소성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들이 ‘똘똘한 한 채’로 평가받으며 가격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