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산업계 핫이슈] 잘나가는 K방산 발목 잡을라... 방위사업법 개정안 향한 우려

폴란드로 수출된 현대로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폭발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의 시선이 최근 정기국회에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무기를 수출할 때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입법안(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해당 법안이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에 찬물을 끼얹는 규제라는 이유에서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김병주 최고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정부가 주요 방산물자의 수출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는 정부의 수출 허가 요청이 있을 때 비공개로 심의해 3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국회 동의를 얻어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 또는 국가 외의 자, 국군을 파병한 국가 등에 수출하는 사례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뒀지만 한국이 맺은 안전 보장 관련 조약은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유일하다. 향후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방산물자를 수출할 경우 이 개정안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무기를 수출할 때는 해당 수출대상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대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고, 이는 국익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정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내놓으면서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악화 중인데 이를 저지하겠다는 의도에서 이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산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표방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에 의지하던 여러 나라의 자체 국방 강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방산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된 상황인데 이 법안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에 무기 판매 시 다른 나라 방산업체와 경쟁에 나섰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적시 수출 승인이 필요한 이유다. 수출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이 늦어질 경우 경쟁 중인 국가나 기업에 수주를 빼앗길 우려가 크다는 게 방산업계의 주장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빠른 납기가 K-방산의 강점인데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까지 추가되면 의사결정이 지연돼 효율성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 경쟁국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국가가 한국산 무기 구매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국회 동의 과정에서 전략 노출을 피하기 위해 비밀스럽게 이뤄지던 협상 내용이 외부에 공개돼 수주 경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면 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 하락도 불가피하다. 방산 수출은 국가 간 외교와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외교 분쟁으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게 방산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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