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미술품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아트 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는 최근 온라인 미술품의 판매와 조각투자 활성화와 함께 비대면 문화가 보급되면서 MZ세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트 바젤과 스위스 UBS 은행의 ‘글로벌 아트마켓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최근 상승세를 보인 미술 시장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 그 흐름이 다소 둔화됐다. 지난해 글로벌 미술 시장 매출은 4% 감소한 약 650억 달러(약 86조원)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1000만 달러 이상의 초고가 작품 거래는 높은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압력, 지정학적 불안정 등의 이유로 거래가 다소 저조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은행권도 앞다퉈 미술품과 연계한 상품을 출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WM)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WM 사업을 비금융분야로 확장했다. 예술을 고객 유치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은행들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 많은 데다 아트 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아트 테크를 선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와 예술을 결합한 ‘하나아트뱅크’를 2022년 출범해 은행권 중에서 미술품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했다. 하나아트뱅크를 통해 미술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미술과 관련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미술품의 매입·매도, 가치평가 등의 아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미술품 신탁을 지난해 3월 출시했다.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신탁 상품으로 판매, 수탁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자체적으로 2000여 점이 넘는 미술품을 보관, 관리하고 있다. 2022년 11월에는는 금융권 최초로 개방형 수장고인 ‘H.Art1(하트원)’을 개관했다.
다음 달 18일까지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유화수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하나아트뱅크 전시회 ‘RIGHT NOW SEOUL 2024’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를 WM 특화점포 ‘플레이스원(PLACE 1)’에서 열며 아트 테크에 남다른 진심을 보였다. 미술품 투자와 수집에 관심이 많은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3월에는 하트원과 연계해 금융권 최초로 미술품 동산관리처분 신탁을 출시했다. 금융사가 동산인 미술품을 신탁받아 처분까지 실행하는 상품은 국내에선 하나은행이 최초로 내놨다. 아트서비스의 브랜드화를 위해 ‘하나 아트클럽’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최근 PB 브랜드 ‘KB 골드앤와이즈’의 갤러리뱅크를 새로 단장했다. 갤러리뱅크는 골드앤와이즈에서 2005년부터 운영하는 대표 문화마케팅 프로그램으로 국민은행은 매년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해 PB센터를 예술과 함께하는 자산관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신한 SOL뱅크’ 앱에 미술품 둘러보기 서비스를 추가했다. 미술작품 및 작가 정보플랫폼과 손잡고 고객들이 원화작품·아트상품 판매, 개인별 취향 분석에 따른 작가 추천 등 관련 서비스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IBK기업은행은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유망 신진작가의 신작 제작비, 개인전 개최, 작품 홍보 등을 통해 문화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인 ‘IBK 아트 스테이션 2024’의 네 번째 전시를 지난 18일부터 개최해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간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